[함께 살아가는 말 24] 스물네 시간

 아이랑 아이 엄마랑 하루 스물네 시간을 붙어 지냅니다. 세 사람이 떨어져 지내는 시간은 하루 한 시간은커녕 하루 한 분조차 안 됩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 한 주 이레, 한 달 서른 날, 한 해 열두 달 내내 함께 살아가며 같이 움직이고 나란히 잠자리에 듭니다. 밥을 한다든지 설거지를 한다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글을 쓴다든지 다른 일을 한다든지 하면 아이는 혼자 심심해 하곤 하지만, 이내 혼자 소리지른다거나 노래부른다거나 춤을 춘다거나 합니다. 엄마나 아빠 따라 책을 펼친다든지 사진찍기 놀이를 하거나 드러눕거나 마구 달라붙거나 엉겨붙습니다. 아이는 스물네 시간 함께 살아가며 제 어버이 삶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하나하나 따릅니다.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서로서로 마주하는 가운데 닮아 가기도 하고 안 닮아 가기도 합니다. 아이도 그렇겠지요. 제 어버이 삶을 고스란히 따르기도 하지만, 제 어버이 말을 하나도 안 들으며 제멋을 찾아 제길을 갈 테지요. 아이와 아이 엄마하고 보내는 하루 스물네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길다고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밥하고 빨래하며 쓸고닦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아침 되고 아침이 낮 되며 낮이 저녁 됩니다. 한 해 삼백예순닷새 또한 퍽 짧습니다. (4343.11.1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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