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와 글쓰기


길에 물건을 내어놓고 이 물건을 사들일 사람을 기다립니다. 손수 일군 푸성귀이든 다른 데에서 떼어와 파는 푸성귀이건 온갖 물건이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자리에 조그맣고 앉아 기다립니다. 누가 사 갈는지 모르지만 조용히 기다립니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기다립니다.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기다립니다. 이동안 다른 살붙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려나요.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저잣거리 한켠으로 찾아와 길바닥에 앉아 더위이든 추위이든 햇살이든 바람이든 비이든 눈이든 고스란히 맞아들이면서 기다립니다. 손님이 뜸할 때에는 꾸벅꾸벅 졸다가, 어느덧 새우처럼 등을 굽힌 채 살짝 눕습니다. 도시락을 먹거나 바깥밥을 사먹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가끔 이웃 장사꾼하고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말을 섞습니다. 이웃 장사꾼이 없으면 성경책을 넘기거나 해바라기를 하거나 멀거니 생각에 잠깁니다. 한 해를 살고 두 해를 살며 열 해를 살다가 스무 해를 삽니다. 길손이 흘낏 쳐다보다가는 지나칩니다. 관광객이라는 구경꾼이 빤히 쳐다보다가는 사진을 찍습니다. 아예 들여다보지 않고 스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루 일해 하루 벌어 하루를 삽니다. (4343.11.1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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