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는 책읽기


 책 하나 서둘러 읽어치우려 하면 틀림없이 한결 빨리 읽어치울 수 있다. 책 하나 느긋하게 읽으려 하면 언제나 한결 느긋이 읽을 수 있다. 서둘러 읽어치우는 맛에 책을 읽는 사람이 있을 테지. 더 많이 읽어내는 데에 책읽기 뜻을 두는 사람이 있겠지. 책 하나 오래도록 곱씹거나 곰삭이는 데에 책읽는 삶을 맞추는 사람이 있을 테고.

 누군가는 허둥지둥 밥을 먹어도 얹히지 않는다. 누군가는 헐레벌떡 밥을 먹으며 쉬 속에 얹혀 애먹는다. 누군가는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안달이고, 누군가는 알맞게 먹으면 그만이라고 여기거나, 내 이웃한테 한 숟갈이나 두 숟갈 덜어 주고자 마음을 쓴다.

 살아가는 매무새가 다르고, 읽어내는 몸가짐이 다르다. 살고 싶은 꿈이 다르며, 읽으려고 손에 쥔 책이 다르다. 먹는 밥이 다른 만큼, 읽는 넋이 다르다. (4343.11.1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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