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 커팅칼

 읍내에 세 식구 함께 마실을 갑니다. 능금이랑 포도랑 몇 가지 먹을거리랑 장만해서 읍내 한복판에 있는 널따란 쉼터에서 다리를 쉽니다. 아이 엄마가 얼음과자를 먹고 싶다고 해서 읍내에 있는 롯데리아에 갑니다. 작은 읍내에도 롯데리아는 으레 하나쯤 있기 마련입니다. 500원짜리 얼음과자하고 600원짜리 얼음과자를 하나씩 시켜서 아이랑 아이 엄마랑 먹습니다. 둘이 한창 맛나게 먹는데 “커팅칼 좀 주세요.” 하는 말이 들립니다. 뒤쪽에 우리처럼 식구들이 함께 나온 분들이 있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주문대에서 ‘햄버거 자를 칼’을 달라 말합니다. 주문대에 있던 누나는 “커팅칼을 드릴 수는 없고 햄버거를 가지고 오면 잘라 드릴게요.” 하고 말합니다. 아이가 햄버거를 가져옵니다. 주문대 누나는 안쪽에 있는 일꾼한테 “햄버거 좀 잘라 주세요.” 하고 말합니다. 이윽고 햄버거는 알맞게 썰리고, 아이는 썰린 햄버거를 받아 제자리로 갑니다. 아이가 스스럼없이 읊은 ‘커팅칼’이란 “자르는 칼”일 텐데, 어떠한 칼이든 다 ‘자르는’ 데에 씁니다. 그나저나, 혼례잔치에서 으레 “케익 커팅”을 읊고, 무슨 행사에서도 “테이프 커팅”을 합니다. 그래요, ‘커팅나이프’겠지요. (4343.1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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