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0] 가을잎
가을이 되어 붉거나 노랗게 물드는 잎이 나무마다 그득합니다. 어제까지는 퍽 오래도록 비가 오지 않더니, 지난밤 살짝 비가 흩뿌립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가을잎이 제법 졌습니다. 나무에 달리면 나뭇잎이라 하고, 나무에서 떨어져 땅에 살포시 누우면 가랑잎이라 합니다. 비가 흩뿌린 뒤 바람이 제법 세게 붑니다. 나무에 대롱대롱 달려 있던 잎들이 하나둘 톡톡 떨어져 나부낍니다. 이리 날다가 저리 구릅니다. 시골집 둘레는 온통 가랑잎입니다. 붉거나 노랗게 물든 가을잎투성이입니다. 가을이기에 이토록 붉거나 노란 잎사귀를 마주합니다. 겨울에도 푸른빛 건사하는 겨울잎을 만날 수 있을 테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푸석푸석 삭으며 흙으로 돌아가는 겨울잎을 만날 수 있겠지요. 봄에는 새로 움터 싱그럽고 물기 가득한 봄잎을 만날 테며, 여름에는 한껏 물이 올라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잎을 만나겠지요. 철 따라 거듭나는 잎사귀처럼 사람도 철 따라 새삼스레 거듭날까 궁금합니다. 어머니 배에서 무럭무럭 자라다가 바깥마실을 하는 갓난쟁이가 한 돌 두 돌 크며 어린이가 되고 푸름이가 되며 젊은이가 되어 갈 텐데, 이동안 어떠한 마음잎 하나 가슴에 조촐히 담을는지 궁금합니다. (4343.11.8.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