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142 : 좋아하는 책을 말하기
자전거에 수레를 다시 달았습니다. 아이를 둘 태울 수 있는 수레를 2005년에 진작 장만했으나 이때에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서울로 책방마실을 할 때에 이 수레에 책을 잔뜩 싣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수레에는 모두 48킬로그램을 실을 수 있다 했기에, 이 수레에는 책을 200∼300권쯤 실었습니다. 가방에 가득 책을 담고 자전거 짐받이에까지 책을 꽤 무겁게 묶어, 서울부터 충주 시골집으로 돌아오자면 아홉 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아이를 태우는 수레에 아이는 안 태우고 책만 태운 채 너덧 해 남짓 살았습니다. 이러던 가운데 지난 시월에 드디어 아이를 태웁니다. 아이가 막 스물일곱 달로 접어들었기에, 이제는 태워도 괜찮겠거니 생각했고, 한 번 두 번 태우고 보니 아이는 수레 타기를 몹시 즐깁니다.
우리 집 세 식구가 읍내에 마실할 때면 시골버스를 탑니다. 충주시 신니면 광월리에 있는 우리 살림집에서는 충주 시내까지 버스로 가면 한 시간쯤 걸리지 싶은데(아직 가 보지 않았습니다) 너무 멉니다. 우리 살림집에서 음성군 음성읍으로 가면 버스로 10분이며, 자전거로 달리면 20분 남짓 안 걸립니다. 다만, 시골버스는 하루에 고작 여섯 대 있습니다.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헛걸음이에요. 시간을 놓치면 택시를 잡아야 하는데, 택시삯은 1만 원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수레에 아이를 태우고 마을을 빙 돌았습니다. 이웃마을 생극면 도신리에서 살아가는 친할머니 댁에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다니면서 ‘책을 태우고 달릴’ 때하고 ‘아이를 태우고 달릴’ 때 어떠한가를 살폈고, 지난 2005년과 견주어 다섯 살 더 먹은 아저씨가 잘 달릴 수 있나 가늠했습니다. 더욱이 겨울로 접어드는 날씨니까 아이랑 먼길을 나서면 어떠할까 걱정되기도 했어요.
이제 오늘부터 아이랑 자전거를 함께 타고 읍내 장마당에 가 볼 생각입니다. 갔다가 돌아올 시간을 어림하자면 한낮에 가야 해 떨어져 춥기 앞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아이하고 자전거로 조금 멀다 싶은 읍내에 다녀올 수 있으면, 이렇게 여러 달 다니면서 아이랑 아빠랑 몸이 익숙해질 때쯤 이웃 군(괴산군이나 옥천군)이나 이웃 도(경상북도 문경시라든지 강원도 춘천시라든지 충청남도 홍성군이라든지)까지 하루나 이틀에 걸쳐 천천히 자전거여행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골집에서 혼자 살며 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책방마실을 다니던 발자취를 갈무리해서 지난 2009년에 《자전거와 함께 살기》라는 책을 쓴 적 있는데, 아이하고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 발자취를 곰곰이 되씹으며 무언가 내 삶을 새롭게 적바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책이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온몸으로 부대낀 삶을 수수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니까요.
지난주에 헌책방에서 《니코니코 일기》(오자와 마리 글·그림)라는 여섯 권짜리 만화책을 장만했습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나온 책인데 벌써 판이 끊어졌더군요. 눈물과 웃음으로 이 만화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수수한 삶을 좋아하니 수수하게 살며, 이렇게 수수한 이야기 담은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살 때에 가장 즐겁다고. (4343.11.5.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