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는 마음


 아이가 낮잠을 잔다. 만화책을 보는 아빠 팔을 베고 한참 놀다가, 아빠 팔을 베고 엄마 뜨개질 바늘을 셋 쥐고 놀다가 어느새 스르로 잠이 든다. 낮잠을 안 자면 자전거 수레에 태워 살짝 마을 한 바퀴 돌까 했는데, 용케 고이 잠들어 준다. 한동안 그대로 있다가 팔을 빼어 아이 자리에 눕힌다. 아이가 살짝 응응거린다. 조금 기다린 뒤 기저귀를 채우려 하는데 퍼뜩 깬다.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조용히 기다리니 엄마 품에서 다시 새근새근 잠이 든다. 아이가 잠이 든 이때에 무언가 좀 해 보려 하는데 잘 안 된다. 아이가 잠이 들었으니 이 틈을 살리자고 하는 생각에 매여 외려 아무것도 못한다. 그저 아이도 엄마도 모두 잠든 깜깜한 새벽나절에 일찌감치 일어나 글을 쓴다고 바스락거리며 일감을 붙잡아야 하는가 보다.

 히유 하고 한숨을 내쉰다.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온 까닭은 더 느긋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즐거이 장만한 책들을 더 느긋하게 나누면서, 이 고마운 책들 이야기를 한결 신나게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잠들었다 하더라도 이 느긋한 때에 더 알차게 책이야기를 쓸 수는 없겠지. 이런 때에는 아빠도 아이 곁에 누워서 모자란 잠을 자든지,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책을 읽는다든지,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읍내에 가서 능금 몇 알이나 포도 몇 송이를 사 올 때가 나을까 싶다.

 아이랑 아이 엄마랑 곱게 잠든 낮나절, 겨울을 코앞에 둔 산골마을 해는 일찍 떨어진다. 이제 빨래를 집으로 들여야겠고, 저녁에 무엇을 끓여 먹을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야겠다. 찬바람을 쐬며 머리를 식히자. (4343.1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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