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일꾼한테 책 선물


 고마운 분들한테 내가 쓴 책을 드린다. 나한테 고마운 분이라면 맨 먼저 나를 낳고 길러 준 어버이요 우리 형이다. 이와 함께 나하고 살아가 주는 옆지기와 딸아이이다. 어버이보다 옆지기랑 딸아이가 곁에 가까이 있기에 언제나 내 책을 가장 먼저 선물로 드리는 님은 옆지기이다.

 내 이름이 아로새겨진 책이 태어나면 글삯을 받는다. 나는 이 글삯을 통째로 들여 책으로 받기로 한다. 출판사에서는 내 책을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부쳐 준다. 집으로 책 상자가 오면, 이 상자를 끌러 하나하나 봉투에 담아 우체국에서 부친다. 쉬 찾아뵈기 어려운 고마운 분들한테 짤막하게 편지를 적어 넣어 책을 보낸다.

 헌책방으로 마실을 하면서 내 책을 챙긴다. 헌책방마실을 하면서 늘 좋은 책을 고맙게 얻어 읽어 이렇게 내 이름을 아로새기는 책을 내놓을 수 있었기에 헌책방 일꾼은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작은 헌책방이든 큰 헌책방이든, 자주 찾는 헌책방이든 가까스로 몇 해에 한 번 찾는 헌책방이든, 내가 쓴 책을 하나부터 열까지 알뜰히 챙겨서 선물하려고 용을 쓴다.

 어쩌면, 나로서는 헌책방 일꾼한테 책을 선물하는 일이 보람이라고 여겨 책을 꾸준하게 써 내려 하는지 모른다. 새로운 책이 돌고 돌 뿐 아니라, 살가운 책이 사라지지 않게끔 마음을 쏟고 땀을 바치며 힘을 들이는 헌책방 일꾼들한테 ‘책을 이처럼 사랑해 주시는 넋이 고맙습니다’ 하고 넙죽 절을 하고픈 마음으로 책을 선물한달 수 있다.

 글삯을 안 받고 책을 받아, 또 이 책을 남김없이 선물을 할 뿐더러, 선물할 책이 모자라 더 돈을 주고 내 책을 산 다음 줄기차게 선물을 하자면 도무지 뭘로 먹고살 노릇인가 나부터 알 수 없곤 한다. 책방마실을 하며 책을 살 돈조차 모으기 힘든 셈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굶어죽지 않는다. 살림돈은 노상 쪼들릴 뿐더러, 둘레에서 한 푼 두 푼 보태어 주는 따스한 손길 어린 돈이 있어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데, 이런 주제에도 책 선물은 신나게 잇는다.

 책을 선물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한다. 헌책방마실을 하며 장만한 책이 가득 담겨 무거운 가방을 느끼며 생각한다. 내가 쓴 책들이 한 해에 한 번이라도 새로 찍어 조금이나마 글삯을 챙길 수 있으면 이 글삯에서 반 토막은 살림돈으로 보태고 반 토막으로는 책을 더 사들여서 한결 넉넉하게 책 선물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하고. 그렇지만 이내 생각을 고친다. 내가 쓴 책하고 견줄 수 없이 아름다우며 참답고 착한 책이 얼마나 많은데. 많지는 않으나 내가 쓴 책을 기꺼이 장만하여 준, 나로서는 이름 모르고 낯 모르는 사람들을 고마워 하며 오늘 하루 더 기운을 내어 살아가자. (4343.10.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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