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한테 책 읽히기 1


 아버지나 어머니가 저한테 책을 읽어 준 일은 없었다고 떠오릅니다. 그러나 모르는 노릇입니다. 제가 떠올리지 못할 뿐, 제 나이 두어 살이나 서너 살 적에 그림책이든 글책이든 알뜰히 읽어 주셨을 수 있어요.

 아버지나 어머니가 책을 넉넉히 사 주시지도 않았습니다. 고작 전집책 몇 가지 사 주셨을 텐데, 얘기를 들어 보면, 그나마 싸구려 전집책 한두 질조차 사 주지 못한 집이 많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였으니 그무렵 이만큼이나마 있던 셈이라 하겠습니다. 그무렵 교사 가운데 집에 책 없는 사람이 꽤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원수 님 동시책이나 동화책 하나 없던 일이란, 이제 와 돌이키면 참 슬픈 일입니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겠는데.

 요즘은 참말 책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알짜가 될 만한 책’까지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찌 되었든 책이 참으로 많습니다. 좋든 나쁘든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책은 대단히 많습니다.

 그러면 이 많은 책에는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담겼을까요.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 어른인 우리가 읽을 만한 책에는 어떤 줄거리가 담겼을까요.

 책읽기를 좋아하는 저입니다만, 책보다 더 즐거워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저마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면서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같은 이야기가 더 반갑고 재미있으며 신납니다.

 그래, 저는 사람들과 만나 ‘책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거운 한편, ‘서로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를 나눌 때 아주 즐겁습니다. 저는 아직 아이를 낳아서 기르지는 않고 있는데, 제가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면, 또 제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를 가르치는 자리에 선다면, ‘책 읽어 주기’는 가끔 하거나 아예 안 하고 싶으며, 제가 살아온 이야기하고 제가 아이들 나이였을 때 무엇을 하면서 놀고 배우며 동무를 사귀어 이 땅을 부대겼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2006.8.1.불.처음 씀/2010.10.25.달.고쳐씀.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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