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읽는 마음


 책읽기이는 삶읽기이고, 삶읽기는 책읽기입니다. 책 한 권 마음을 들여 읽는 사람은 누구나 삶을 마음을 들여 읽을 수 있습니다. 삶 한 자락 마음을 쏟아 읽는 사람은 언제나 책을 마음을 쏟아 읽곤 합니다.

 책을 잘 읽는다거나 삶을 잘 읽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책을 제대로 삭여 삶을 제대로 꾸린다거나, 삶을 제대로 꾸리면서 책을 제대로 삭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을 못 읽는다거나 삶을 못 읽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책을 지식으로 머리에 쑤셔넣는다거나, 삶을 돈바라기로 내팽개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슨 책을 읽었는가는 하나도 따질 대목이 아닙니다. 어떤 삶을 꾸렸는가는 조금도 살필 구석이 아닙니다. 책을 읽은 사람이 어디에서 누구하고 어울리며 어떻게 지내는가를 헤아릴 노릇입니다. 살림을 꾸리는 사람이 어디에서 누구하고 어깨동무하며 어떠한 길을 걷느냐를 돌아볼 일입니다.

 아이한테 읽힐 좋다는 책을 찾아보는 일이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한테 좋다는 책을 읽히기 앞서 우리 어른부터 나한테 좋을 만한 책을 나 스스로 살피고 찾고 골라 기쁘게 읽어내어 삭여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즐거이 읽을 책을 내 눈썰미와 눈높이에 따라 곰곰이 곱씹으며 찾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책을 왜 읽히려 하는지요.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요. 책을 손에 쥐고 싶다면, 책을 손에 쥐어야 하는 까닭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책을 꼭 손에 쥐어야 하는 까닭을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책을 읽어 내 삶이 어떻게 거듭나는가를 어김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5만 평에 이르는 논밭을 일군다고 훌륭한 농사꾼일는지, 다섯 평짜리 텃밭을 일군다고 꾀죄죄한 농사꾼일는지 궁금합니다. 5만 권에 이르는 책을 사들여 읽었다고 훌륭한 책꾼일는지, 다섯 권 겨우 빌려서 읽었다고 형편없는 책꾼일는지 궁금합니다.

 나한테 돈 5만 원이 있으면 이 돈 가운데 책값으로 얼마를 빼시렵니까. 나한테 돈 50만 원이 있으면 이 돈 가운데 책값으로 얼마를 나누시렵니까. 나한테 돈 500만 원이 있으면 이 돈 가운데 책값으로 얼마를 쓰시렵니까. 나한테 돈 5000만 원이 있으면 이 돈 가운데 책값으로 얼마를 더시렵니까. 나한테 돈 5억 원이 있으면 이 돈 가운데 책값으로 얼마를 바치시렵니까. 나한테 돈 50억 원이 있으면 이 돈 가운데 책값으로 얼마를 즐기시렵니까.

 따뜻한 넋, 따뜻한 손, 따뜻한 눈, 따뜻한 몸, 따뜻한 삶, 따뜻한 길, 따뜻한 집, 따뜻한 벗, 따뜻한 꿈, 따뜻한 말, 따뜻한 책, 따뜻한 땀이 반갑습니다. 따뜻한 바람을 맞아들이고픈 구월이요 시월입니다. (4343.8.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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