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아빠가 힘든 몸을 가까스로 버티며 글 한 조각 끄적인다. 아이는 옆에서 같이 놀아 달라며 무릎을 밟고 타며 갖은 칭얼칭얼을 다 부린다. 이러다가 아빠가 쓰는 글을 망가뜨린다. 아빠는 버럭 성을 부린다.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논다. 그러다가 거울을 집어 놀며 아빠도 보라며 비추어 준다. 너무 가까이 대었기에 좀 떨어뜨려야 보이지요 하니까 살살 떨어뜨려 준다. 아빠 얼굴을 비춰 주다가는 이제 제 얼굴도 보이는지 제 얼굴만 들여다본다. 이때 아빠 얼굴이 살짝 스치는데, 아이한테 성을 내며 찌푸른 이맛살 골이 그대로 파여 있다. 그래, 힘들면 그냥 쉬자. 아이도 쉬고 아빠도 쉬자. 함께 그림책 보며 잠자리에 벌렁 드러눕자. (4343.10.21.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