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통과 글쓰기


 아이가 눈 똥과 오줌을 치웁니다. 요 몇 달을 더듬어 보면, 아이가 옷에 오줌이나 똥을 지리거나 싼 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이는 늘 제 똥오줌 그릇에 앉아 똥이나 오줌을 누어 줍니다. 이렇게 똥오줌을 가리니 얼마나 고마운 노릇인지요.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을 덜면 새로운 걱정이 생깁니다. 아이는 스스로 앞가림을 하는 가운데 몸이 더 튼튼해지고 마음이 더 자라면서 새롭게 받아들이며 즐기고픈 일이 늘어납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지 않으며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이란 얼마나 홀가분하며 손쉽다 할 만한지.

 아이가 눈 똥이 담긴 그릇을 치운다거나 아이가 싼 똥이 묻은 바지를 빠는 일이란 아무것조차 아닙니다. 아이한테 밥을 먹이거나 아이한테 옷을 입히거나 아이를 씻기는 일 또한 아무것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하고 몇 시간 놀아 주는 일이란 기껏 몇 시간 놀아 주었다뿐입니다. 아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하루 스물네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고운 목숨입니다. 어른 된 사람은 하루를 온통 아이랑 보내면서 아이가 없던 나날 스스로 살림을 꾸리며 하던 집 안팎 일을 슬기롭게 맺고 풀 줄 알아야 합니다. 어른 혼자만 즐겁게 살아갈 수 없고, 집식구 먹여살려야 한다며 바깥일에 더 마음쓸 수 없으며, 내가 읽고픈 좋은 책이라며 나 홀로 책누리에 빠져들 수 없습니다. (4343.10.1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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