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쓰는 글쟁이는
머리를 쓰는 글쟁이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스스로 제 머리속에 갇혀 있어요. 그래서 머리를 쓰는 글쟁이한테는 열린 마음이나 새로운 길은 바라지 못합니다. 몸을 써서 땀흘려 일하는 사람은 글솜씨가 없다 하지만, 언제나 몸으로 글 한 줄 두 줄 새로 일굽니다. 이들 몸뚱이 사람들(일꾼들)은 새로 거듭나고자 힘쓰며 열린 마음과 새로운 길을 보여줘요. 그래서 나는 기자나 학자나 작가가 쓴 글을 못 읽겠어요. 마치 사슬에 매인 동물원 짐승 같은 글인데 어찌 읽나요. 적어도 골목고양이답게는 살아간다면 조금이나마 살아숨쉬는 글을 쓸 텐데요. 스스로 살아 있음을 드러내며 온몸을 쓸 때에 비로소 글 한 줄 얻으며 고맙게 종이랑 사랑을 나눕니다. 조지 오웰도, 하이네도, 소노 아야코도, 권정생도, 이원수도, 박경리도, 한결같이 꾸덕살 박힌 일하는 손으로 글을 꽃피웠습니다. 참 따사롭고 넉넉하답니다. (4343.10.15.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