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우리 집 깃든 멧기슭이 며칠째 구름에 폭 싸인다. 방앗간에 가려고 읍내로 자전거를 타고 나올 무렵 비로소 햇볕을 구경한다. 아침 열 시가 넘고 열한 시가 되도록 우리 집 둘레 구름이 걷히지 않는다. 빨래 말리기는 젬병이다. 참말 우리 살림집은 멧집이구나. 그런데 읍내에 나와 보니 읍내사람조차 우리 멧집을 잘 헤아릴 수 없겠다고 느낀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더더욱 시골 멧집을 헤아릴 길이 없을 테지만, 읍내사람 또한 읍내에 구름이 내려앉아 폭 감싸일 일이 없으니까 한낮이 가깝도록 구름을 품으며 지내는 나날을 알 수 없겠지. 우리 딸아이가 며칠 앞서까지만 해도 품에 안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으로 가리킨 뒤 “구·름!” 하고 말하면 “기·윰!”이나 “기·륨!” 하고 따라했는데 오늘은 “구·륨!” 하고 말한다. 아이가 커서 나중에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는지 모른다만, 이렇게 품에 안고 흰구름을 가리키며 함께 올려다볼 수 있어 좋다. (4343.10.1.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