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표 다섯 장


 시골버스를 탈 때에 내는 표를 미리 스무 장 끊어 놓았다. 그런데 막상 스무 장을 끊은 뒤로 보름 동안 이 시골버스를 탈 일이 없었다. 우리 집에서 읍내로 나갈 때에는 음성읍으로 가고, 면내로 갈 때에는 생극면으로 가는데, 생극면으로 갈 때에는 맞돈으로 1200원을 내고 음성읍으로 갈 때에는 표로 1050원짜리를 낸다.

 오늘 보름 만에 읍내로 다녀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며 표를 끊고 헤아리니 아까 나오는 버스를 탈 때에 그만 표를 석 장을 넣었더라. 낱낱으로 세어 두 장을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손님이 간수하는 표’를 살피니 다섯 장이다.

 교통카드로 찍는다면 이런 일은 없겠지.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교통카드로는 이곳 시골에서는 안 찍힌다. 아마 교통카드를 새로 받아야 비로소 시골버스에서도 찍히리라. 아니면 시골버스에서 찍히는 교통카드를 새로 만들든지.

 아이는 돌아오는 버스에서 곯아떨어졌고, 시골길을 걸어 들어오는 동안 잠에서 깨지 않는다. 이제 아이한테 기저귀를 채우고 엄마에 이어 아빠가 씻으면 오늘 하루는 즐겁게 마무리를 짓는다. 어느덧 모레면 한가위를 맞이하는구나. 올 한가위에는 지난주에 새로 나온 내 책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책을 들고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인사를 하겠네. 아버지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다치지 않으면 좋겠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 아님을 헤아려 주시리라 믿는다. (4343.9.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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