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손


 책짐을 여러 시간에 걸쳐 쉬잖고 묶어 날라 쌓고 있다 보면 두 손은 빨개진다. 그러나 책을 묶고 나르고 쌓는 동안 두 손이 빨개지는 줄 깨닫지 못한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새책이라 하는 책을 묶고 나르고 쌓아도 두 손은 책먼지와 책때를 타면서 새까맣게 바뀌니까. 나중에 손을 씻고 보면 두 손이 바알갛게 바뀌었음을 깨닫는다.

 처음 하루이틀은 바알갛게 바뀐 손이 밤나절 잠자리에서 따갑다고 느낀다. 사흘나흘이 되면 바알갛게 바뀌던 손이 누런 빛으로 다시 달라진다.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아픔이 사라진다. 손바닥과 손가락이 이어진 마디 끝자락뿐 아니라 손가락과 손바닥에 통째로 두툼하게 꾸덕살이 박인다. 누런 빛이 지나면 예전 살빛으로 돌아오는데 예전보다는 조금 거무튀튀하거나 짙어진 살빛으로 자리잡는다. 다만, 책 묶기를 더 하지 않는다면 다시 노란 빛으로 살짝 바뀌다가는 금세 하얀 손이 되어 버린다. (4343.8.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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