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


 〈조선일보〉를 보면서 〈조선일보〉를 나무라거나 꾸짖는 일은 틀림없이 뜻과 값이 있다. 〈조선일보〉를 나무라거나 꾸짖는 글을 쓴다면 꽤나 많은 사람이 읽으며, 꽤나 많은 사람한테 뜻깊고 값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 스스로 참되고 착하며 곱게 살아갈 길을 글로 쓴다면 거의 아무런 사람도 알아보지 못할 뿐더러 애써 읽어 준 몇몇 사람조차 속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조선일보〉를 나무라거나 꾸짖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하든, 〈조선일보〉를 사랑하면서 즐겨보든 모두 똑같은 굴레 똑같은 물줄기가 되고야 만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생각하거나 사랑하거나 걱정할 사람이 아닌, 내 삶을 생각하거나 사랑하거나 걱정할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조선일보〉를 끊어야 하는 까닭은 또렷하다. 옳거나 바르거나 알맞거나 슬기로운 길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참되거나 착하거나 고운 삶을 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땅에서는 〈조선일보〉라는 신문 한 가지만 옳거나 바르거나 알맞거나 슬기로운 길을 안 걷고 있는가. 이 나라에서는 〈조선일보〉라는 신문 하나만 참되거나 착하거나 고운 삶을 저버리고 있는가.

 우리는 옳지 않고 바르지 않으며 알맞지 않은데다가 슬기롭지 않은 모든 신문을 끊어야 한다. 우리는 참되지 않고 착하지 않으며 곱지 않은 모든 책은 내려놓아야 한다.

 더 많이 알 까닭이 없다. 더 많이 읽을 까닭이 없다. 더 아름답게 알아야 한다. 더 아름다이 읽어야 한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스러운 몸과 마음이 되도록 살아야 한다. 〈조선일보〉 한 가지만 끊는다고 우리 누리가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를 덤으로 끊는다고 내 삶이 새로워지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신문만을 끊는 사람은 겉발림일 뿐이다. 이 세 가지 신문만 끊는다 하지만, 정작 이 세 가지 신문조차 끊지 못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다. 우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뿐 아니라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레디앙〉 모두 끊을 줄 알아야 한다. (4343.8.24.불.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