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글쓰기


 저녁을 먹고 바람 쐬러 나오니, 아이가 “손!” 하면서 아빠를 이끈다. 웃마을에서 키우는 토끼집을 보러 가자며 “꼬꼬! 꼬꼬!” 한다. 웃마을에 이를 무렵 아빠 손을 놓더니 “아빠! 안아!” 하며 안아 달란다. 아이를 안으니 손가락으로 더 위쪽을 가리키며 “저기! 저기!” 한다. “어머니 안 보고 싶어?” 하니까, “저기! 저기!” 하며 짐승우리 있는 곳으로 가잔다. 아빠는 자꾸 모기한테 물리니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인데. 이러구러 웃마을 짐승우리 있는 데로 왔더니 입으로는 “꼬꼬!” 했으면서 멧돼지 앞에 한동안 서서 눈을 맞추고 있다. 그러더니 이내 토끼우리로 발걸음을 돌린다. 이제서야 토끼를 보겠다는군. 토끼우리는 살짝 비알진 데에 있어 아이가 혼자 올라가지 못한다. 다시금 “아빠! 손!” 하고 외친다. 아이 손을 잡는다. 아이는 이제 아빠 손을 잡기만 해도 비알진 토끼우리 앞을 잘 타고 올라가서 토끼우리 쇠그물을 붙잡는다. 토끼우리 쇠그물을 한손으로 붙잡은 채 토끼우리 안쪽을 들여다보며 “토끼야! 토끼야!” 하고 부른다. 그러더니 우리 앞에 떨구어져 있는 강아지풀 줄기를 주워서 토끼한테 먹인다. “먹어! 먹어!” 꽤 오래 이렇게 놀고 있자니, 모기가 더 많이 달라붙는다. 아이한테 이제 내려가자고 하지만, “안 가! 안 가!” 한다. 그래, 더 놀아라. 더 놀자. 아이 뒤에 서서 부채질을 해 주며 모기를 쫓는다. 갑자기 아이가 운다. “아빠! 아앙!” 가만히 들여다보니, 토끼한테 먹이를 주다가 그만 토끼가 아이 손가락을 깨물었다. 피가 몽글몽글 솟는다. “괜찮아, 괜찮아. 자, 얼른 내려가서 손 고쳐 줄게.” 아이를 안고 내려서는 길, 아이는 토끼한테 물린 손은 손가락을 삐죽 내밀고, 다른 한손으로는 토끼우리 쪽으로 손을 흔든다. 울면서도 손을 흔들며 “안녕! 안녕!” 하고 외친다. (4343.8.8.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