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달팽이와 개구리


 퍼붓는 빗길을 헤치며 자전거를 달려 읍내를 다녀오는 길에 나비와 달팽이와 개구리를 만난다. 차에 치여 그만 숨을 거둔 나비 한 마리가 길섶 한켠에 쓰러져 있다. 비를 맞아 젖은 날개를 어쩌지 못하고 꼼짝 않는 나비가 길섶 흰 금에 앉아 있다. 달팽이가 어디부터 기어왔는지 모를 노릇인데 길섶 가장자리에서 기고 있다. 길섶 물 고인 웅덩이에서 놀던 개구리는 내 자전거가 물웅덩이를 가로지를 무렵 화들짝 놀란 듯 길 옆 풀숲으로 뛰어든다.

 자동차들은 빗길에 나비를 그냥 치거나 밟을까 걱정스럽다. 자동차들은 노란 금과 흰 금 안쪽으로 얌전하고 천천히 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한테는 달팽이가 보일 노릇이 없으니 작은 돌멩이 하나 밟았다고 여기거나 아예 못 느낀 채 조그마한 목숨 하나 저승으로 보내겠구나 싶다. 그나마 개구리 한 마리는 내가 풀숲으로 보내 주었기 때문에 얼마쯤이나마 더 살아갈 수 있겠지. (4343.8.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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