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글쓰기


 글을 쓰고 싶다. 참말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고 싶어 죽을 노릇이다. 오늘 내가 인천에 온 까닭은 바로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오로지 글쓰기에만 내 넋을 바치고 싶고, 골목마실과 헌책방마실에 내 온 얼을 베풀고 싶기 때문이다.

 집살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옆지기를 사랑하면서 글을 쓸 수 없다. 이러는 동안 글을 쓸 틈이 없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는 가운데 글이란 참 부질없다. 아이 웃음 한 번 볼 때가 원고지 1000장짜리 글 하나 쓰기와 같다. 옆지기를 꼬옥 안으면 원고지 100장을 쓸 때와 같다. 아이 빨래를 하고 집식구 먹을 밥을 하면 원고지 10장을 쓸 때와 같다.

 바보는 바보라 내 말을 못 알아듣는데, 원고지 1장짜리 글이든 1000장짜리 글이든 모두 똑같은 글이고 아름다운 글이다. 나는 살림꾼으로 지내느라 참말 글쓸 짬을 내고 싶어 미치겠다. (4343.7.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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