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캐기


 집 앞에 있는 텃밭을 일구려고 돌을 고르는데 삽으로 땅을 파면 팔수록 비닐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온다. 줄줄이사탕처럼 비닐쓰레기가 잇달아 나온다. 꽤 예전에 이 땅에서 밭농사를 하던 분이 비닐농사를 하면서 파묻었다고 하는데, 열 몇 해가 지난 예전 비닐쓰레기들은 썩을 생각을 하지 않고 꽤 질기기까지 하다. 이러니, 이런 비닐쓰레기를 시골사람은 불에 태워서 없애려고 할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집에서 나오는 비닐은 어떠한가. 도시사람들 살림집 비닐봉지이며 비닐로 된 껍데기이며 모두 어디로 갈까. 도시에서는 쓰레기를 나누어서 버리고 주마다 일꾼들이 나누어서 가져간다고 하지만, 이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고 있을까.

 우리 집 식구들은 만화책을 몹시 좋아하지만, 만화책을 싸고 있는 비닐은 끔찍하게 여긴다. 만화책을 구경하는 젊은이와 푸름이와 어린이 모두 책을 마구 다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닐을 덮어씌운다는데, 이렇게 덮어씌운 비닐은 모두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아이들 손길을 타서 책이 다칠 걱정을 하기 앞서, 아이들이 책을 곱고 올바르며 얌전하게 만지고 살필 수 있도록 가르치며 이끌 노릇이 아닌가.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은 책 하나를 만들 때마다 ‘쓰레기 비닐 껍데기’를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음을 생각하고는 있을까. 글책이든 그림책이든 만화책이든 사진책이든 비닐은 제발 안 씌우면 좋겠다. 비닐 씌울 돈으로 ‘구경책’ 하나를 책방에 선물로 줘서, 이 구경책은 마음껏 보는 가운데 돈을 치르고 살 책은 깨끗하게 집어들어 장만하도록 이끌어 주면 더없이 좋겠다. (4343.7.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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