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 전국편 -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지 52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김병훈 지음 / 터치아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자전거로 다니는 시골길
 [애 아빠가 오늘 읽은 책 41] 김병훈,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


 시골 살림집에서 지내면서 면내나 읍내로 나가자면 시골버스를 타야 합니다. 우리 식구는 자동차를 몰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골 살림집에서 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자면 아이를 안거나 업고 삼십 분 즈음 걸어야 합니다. 시골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들어오고,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곤 합니다.

 도시 살림집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웬만한 볼일을 볼 곳은 두 다리로 걸어갈 만한 데에 있었고,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어디로든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한테 자가용이 없어서 고단하거나 힘겹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정 다리가 아프거나 아이가 힘들어 하면 택시를 타면 그만입니다. 도시 택시삯은 참 쌉니다.

 시골 살림집에서 살아가며 써야 할 물건이 있어 장만해야 할 때에는 애 아빠가 자전거를 몰고 면내나 읍내를 다녀와야 합니다. 도시 살림집에서 살아가며 써야 할 물건이 있을 때에는 으레 애 아빠나 애 엄마 아무나 걸어서 다녀오면 되었고, 때로는 세 식구가 함께 마실을 다녀왔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동안 아이와 함께 움직이거나 아이한테 바깥바람을 쐬도록 하느라 자전거는 거의 탈 수 없었습니다. 아직 많이 어린 아이를 자전거에 태울 수도 없으나, 아이만 집에 놓고 아빠 혼자 재미나게 자전거를 타고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시골로 살림집을 옮긴 뒤로는 가까운 면내나 읍내 모두 십사오 킬로미터 거리에 있기에 자전거로 오가지 않는다면 온 하루를 다 써야 합니다. 시골 살림집에서는 뜻하지 않게 자전거를 탈 일이 자주 생깁니다. 더욱이 짧은 길이 아닌 제법 긴 길을 달릴 일이 생깁니다.

 우리한테는 자가용을 장만할 돈이라든지 자가용을 굴릴 돈이 없습니다. 자가용을 장만하거나 굴릴 만한 돈이 있어도 자가용을 장만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애 아빠는 그동안 타고다닌 자전거에 아기 걸상을 하나 붙여야 하고, 애 엄마는 다시 자전거 타기를 익히는 한편, 애 엄마 몸에 맞는 좀더 작은 자전거 한 대를 장만해야 합니다. 시골길은 길섶이 거의 없이 자동차만 오가도록 닦아 놓아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움직이면 아슬아슬하다 하는데, 길을 닦은 사람이 길을 잘못 닦았다고 우리가 없는 살림에 빚을 내어 자동차를 장만해야 하지 않습니다. 길을 잘못 닦은 사람들은 당신들이 잘못 닦은 길을 손질해야 하고, 우리는 우리 깜냥껏 시골사람이 시골사람다이 길을 오가도록 자전거를 즐거이 타고다니면 됩니다.


.. ‘절경’과 ‘비경’이라는 표현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충주호 호반길을 자전거로 달려 보지 않고 알프스와 로키산맥의 아름답지만 살벌한 호수를 동경하는 것은 이 땅에 대한 큰 실례가 될 것이다 …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장쾌한 들길은 이 땅에 희귀한 지평선의 광활함 속에서 역사의 부조리도 체험하게 해 준다. 그래서 내내 평지를 달리는데도 마음속의 일렁임은 결코 작지 않다 … 요란한 볼거리와 왁자한 분위기에 익숙한 관광객의 마음과 눈으로 간다면 이 강변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평범하고 심심한 풍경은 전국에 널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거꾸로 본다면, 이 강변길은 실로 감성의 감별자인 셈이다 ..  (25, 71, 103쪽)


 어제는 우리 살림집이 깃든 신니면 광월리에서 이웃한 금왕읍 무극리를 다녀옵니다. 광월리에서 무극리를 오가자면 자전거로는 헐떡고개를 셋 넘어야 합니다. 이 헐떡고개란 꼭대기까지는 헐떡이지만 꼭대기에 닿을 무렵부터는 신나고 시원하게 바람을 쐬는 길입니다. 엊그제는 생극면 신양리를 다녀왔습니다. 광월리에서 신양리를 오가자면 자전거로 갈 때에는 죽 내리막이고 돌아올 때에는 줄곧 오르막입니다.

 예전에는 죽 내리막으로 갔다가 줄곧 오르막으로 돌아오는 신양리를 즐겨 오갔는데 요 며칠 달리고 보니, 내내 내리막이었다가 오르막인 길보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갈마드는 길을 달릴 때에 한결 재미나지 않느랴 싶습니다. 한 사람 삶을 놓고 볼 때에도 오르막이기만 한 사람이나 내리막이기만 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오르내리막이거나 내리오르막입니다. 고단하게 오르다가도 개운하게 내리꽂으며 땀을 식힐 수 있습니다. 개운하게 내리꽂으며 땀을 식혔으면 다시금 페달질에 힘을 넣어 새로운 땀을 쏟습니다.

 자전거란 내리막만 선선하게 다니거나 오르막만 고달피 다니도록 하는 탈거리가 아니라고 느낍니다. 내리막은 내리막대로 좋고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좋은 탈거리인 자전거라고 느낍니다. 신양리로 가는 길에는 오가는 자동차가 거의 없어 아주 호젓하면서 조용합니다. 무극리로 가는 길에는 오가는 자동차가 제법 많아 그닥 조용하지 않은 가운데 평택부터 충주까지 새로 놓는다는 고속도로 길닦기가 한창이라 둘레 모습 또한 썩 좋지 않습니다.

 2007년까지 이 마을에서 살 때에도 지방도로이든 국도이든 다니는 자동차는 많지 않아 길막힘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노릇이었는데, 이때에도 또다른 고속국도 길닦기는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고속국도를 숱하게 깔았어도 새삼스레 고속도로를 다시 닦는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아니, 슬픕니다. 아무래도 자전거나 두 다리나 시골버스로 오가는 사람보다 자가용으로 오가는 사람이 훨씬 많은 오늘날일 테지요. 그러나 자동차로 오갈 여느 국도며 고속국도며 여러 가닥으로 곳곳에 촘촘히 놓여 있는데, 또다시 고속도로를 닦아야 할 만큼 나라돈이 넘치는지 궁금합니다.

 틀림없이 자가용으로 오가는 사람이 많지만, 농사짓는 할매 할배 가운데에는 차를 몰지 못하는 분이 많으며, 자전거만 타는 분도 제법 됩니다. 시골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모는 농사짓는 사람들을 헤아리며 여느 지방도로 길섶이나마 손질해서 자동차한테 치일 걱정이 없도록 하는 데에 얼마나 큰 돈이 들겠습니까. 요사이는 ‘전국 걷기 여행’을 하는 사람이나 ‘전국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여느 지방도로 길섶을 손질한다면 이 나라와 지방정부 모두 바라마지 않는 ‘관광수요 늘리기’까지 이루리라 믿습니다.


.. 출퇴근 시간의 상주 거리는 유럽이나 일본에 온 것처럼 자전거 물결로 넘쳐난다. 이용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고, 자동차는 알아서 자전거를 배려해 준다. 각급 학교마다 비를 피하는 자전거 주차장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여학교도 예외가 없다 … 주암호가 자전거 여행지로 특히 소중한 것은 이처럼 아름답고 조용한 호수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호반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동차는 거의 다니지 않고 다닐 필요도 없는 외진 흙길에, 고개 하나 넘으면 고즈넉한 산사도 만날 수 있다 ..  (37, 76쪽)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을 읽었습니다. 읽은 지 꽤 오래되었으나 아직 이 책에 실린 ‘자전거여행 길’에 자전거를 타고 다녀 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살아온 인천 골목집이나 지난달부터 지내는 충주 시골집에서 전국 자전거여행 길을 찾아가자면 자가용에 자전거를 싣고 먼길을 나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사람이라면 기차를 타기에 손쉬울 테고, 전국 어디로든 고속버스 길이 잘 뚫려 있습니다. 그러나 인천에서 ‘후미진’ 골목동네에서는 서울에 있는 기차역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기 벅찰 뿐 아니라 인천 ‘번화한’ 도심에 있는 버스역까지 자전거를 모셔 가는 일부터 만만하지 않습니다. 시골집에서 기차역은 아예 꿈꿀 수 없고, 시골마을에서 버스로 가는 길은 거의 모두 서울로만 뚫려 있습니다. 행정구역은 충주이나 음성읍과 붙어 있는 우리 마을에서 이웃한 대전이나 청주나 홍성 같은 데를 가자면 서울로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가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돌아갈 때가 훨씬 빠르고 돈이 적게 듭니다.

 그러니까,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은 서울에서 자동차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 눈높이에 맞추어 마련한 여행 길잡이책이라 할 만합니다. 또는, 부산이나 대구나 대전 같은 데에서도 도심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 삶자리에 맞춘 여행 길잡이책이요, 다른 곳에서 지내는 사람이라면 자동차를 반드시 갖고 있는 사람 흐름에 맞추었다고 하겠습니다. 아쉬움 한 가지를 더 들자면, 모두 쉰두 곳에 이르는 ‘자전거로 여행하기 좋은 곳’을 다루고 있는데, 쉰두 곳을 다루는 이야기 투나 줄거리나 생각이 너무 틀에 박혀 있습니다. 줄줄이 늘어놓는 정보만 있을 뿐, 글쓴이 스스로 이 길을 달리며 이러한 느낌으로 좋았으며, 이렇게 좋은 마음을 얻으며 당신 삶이 얼마나 좋아졌는가를 밝히는 대목이 한 군데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감동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할 만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이라 할는지 모르나, 제아무리 정보를 보여주는 책이라 할지라도 정보를 들려주는 따스하거나 너른 마음씨가 엿보야야 할 텐데요.

 그래도, 이 책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은 자전거로 이 나라 이 땅을 밟는 기쁨과 놀라움이 얼마나 큰가를 글쓴이 스스로 몸소 먼저 찬찬히 느낀 다음 꾸밈없이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보다 더 멋스러운 곳이라고 추켜세운다든지, 전국 골골샅샅 밟아 보지 않고 유럽을 누빈다며 깝죽대지 말라고 나무라지 않습니다. 그저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 우리 나라 이 산 저 산 이 섬 저 섬을 다니며 맛본 짜릿함과 기쁨과 재미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 여행의 열매는 반드시 땀과 여유(느린 속도)를 먹고 자랍니다 … 이 멋진 해변길의 추억과 감흥을 되새기기 위해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느라 수없이 멈춰야 할 것이고, 혼자라면 풍경을 담기 위해 시선을 빼앗기게 되니 속도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책머리에, 141쪽)


 글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땀과 느리게 달리기’를 이야기합니다. 자전거는 틀림없이 두 다리로 걸을 때보다 여섯 곱절 넘게 빠릅니다. 그렇지만 글쓴이는 자전거로 달리면서도 느리게 달리라고 이야기합니다.

 하기는, 두 다리로 거닐며 나들이를 하면서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모습을 볼 때에는 하염없이 멈춰서거나 자리에 주저앉아 이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며 받아들이니까요. 자전거를 타며 그저 스쳐 지나가는 모습으로 흘리기만 한다면 굳이 여행을 할 까닭이 없을 테니까요.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다면 자동차에 타고 에어컨을 쐬면 될 일입니다. 예쁜 모습을 옆에 끼고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다면 뚜껑 열린 차를 몰면 될 노릇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땅을 사랑한다거나 우리 스스로 우리 둘레 곱고 멋스러운 터전을 맞아들이고자 한다면 자동차를 버려야 합니다. 때로는 자전거까지 버려야 합니다. 어느 때에는 여행이라는 허울까지 버려야 합니다. 참으로 살기 좋으며 아름다운 마을을 만났을 때에는 이 아름다운 마을에 몇 달이나 몇 해씩 묵으면서 내 일거리를 찾아 마을 이웃하고 오순도순 부대끼며 삶을 일굴 수 있습니다.

 하룻밤 뚝딱 갔다 온다고 여행이 아닙니다. 몇 밤 자고 돌아오는 길만 여행이 아닙니다. 우리 한삶부터 여행이요, 우리가 다니는 모든 길은 나들이길이 됩니다. 저는 이웃 면내와 읍내를 자전거로 오가면서 날마다 여행하는 마음입니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웃마을 자전거마실이란 다름아닌 자전거여행입니다. (4343.7.7.물.ㅎㄲㅅㄱ)


 ┌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전국편)》(터치아트,2009)
 ├ 글 : 김병훈
 └ 책값 : 170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