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사진, 엉터리 책, 엉터리 말


 엉터리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어김없이 있다. 이들이 찍는 사진을 본다든지 이들이 읊는 사진말을 듣다 보면 참으로 갑갑하며 슬프다. 아니, 이들이 더없이 딱하고 안쓰럽다. 그렇지만 이들은 스스로 엉터리 길을 걸어가면서 엉터리 사진을 찍거나 엉터리 사진을 말하는 줄을 느끼지 못하며, 헤아리지 못하는데다가, 바로잡지 못한다. 이리하여 이들 엉터리 사진쟁이는 불쌍할 뿐 아니라 슬프다.

 나는 이들 엉터리 사진쟁이들을 으레 부대끼거나 마주해야 하는 가운데 나로서는 이렇게 엉터리 길을 걷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옆에서 보기에 뻔히 어설플 뿐 아니라 볼썽사납기 짝이 없는데, 왜 내가 이들 엉터리 사진쟁이와 같은 길을 걸어가겠는가. 사진을 삶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며, 사진에 깃든 빛과 그림자를 읽을 줄 모르고, 사진으로 사랑과 믿음을 나누려 하지 않는 엉터리한테는 백 마디 말을 들려주거나 백 장에 이르는 사진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나 스스로 내 가슴을 울렁이도록 하는 사진을 내 온힘을 바쳐 찍을 노릇이요, 사진을 밝히는 글을 내 온마음을 들여 적바림할 노릇이다.

 엉터리 책을 쓰거나 내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다. 게다가 많다. 이들이 쓴 책이나 내놓은 책을 살핀다든지 이들이 떠벌이는 광고 글월을 살피다 보면 속이 메스꺼울 뿐 아니라 참말 어이없으며 괴롭다. 아니, 이들이 가없이 가엾고 안타깝다. 그렇지만 이들은 스스로 엉터리 이름놀이를 하면서 엉터리 책을 퍼뜨리는 줄을 느끼지 못하며, 생각하지 못하는데다가, 거듭나지 못한다. 이러니까 이들 엉터리 책쟁이는 우악스러울 뿐 아니라 무시무시하다.

 나는 이들 엉터리 책쟁이들을 늘 만나거나 쳐다보아야 하는 가운데 나로서는 이렇게 엉터리 삶을 꾸리지 않아야겠다고 되뇐다. 곁에서 바라보면 어엿하게 어리석을 뿐 아니라 볼꼴사납기 짝이 없는데, 왜 내가 이들 엉터리 책쟁이와 같은 삶을 꾸려야 하겠는가. 책을 삶으로 녹일 줄 모르며, 책에 담긴 알맹이란 밥처럼 날마다 즐겨먹으며 내 아름다운 일을 하는 밑거름으로 삼을 줄 모르고, 책으로 따스함과 넉넉함을 펼치려 하지 않는 엉터리한테는 즈믄 마디 말을 들려주거나 즈믄 권에 이르는 책을 건네준다 하더라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 나는 나 스스로 내 가슴이 펄떡펄떡 뛰도록 하는 책을 온땀 들여 쓸 노릇이요, 책을 밝히는 글을 내 온피를 쏟아 적어내릴 노릇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죄 엉터리로 살아간다. 죄 엉터리로 학교를 다니고 죄 엉터리로 밥을 먹으며 죄 엉터리로 텔레비전에 파묻혀 있다. 죄 엉터리 가득한 신문에 사로잡혀 있을 뿐 아니라, 죄 엉터리 아파트에서 엉터리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하나 자가용한테서 홀가분한 사람이 없지 않은가. 두 다리를 사랑하고 자전거를 아끼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돈이 아닌 사랑을 믿고, 이름값이 아닌 믿음을 섬기며, 주먹힘이 아닌 꿈을 건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삶이 엉터리이니 넋이 엉터리이다. 넋이 엉터리인데 말이 엉터리 아닐 수 있을까.

 삶이 아름답다면 넋이 아름답고, 넋이 아름다울 때에 비로소 말이 아름답다.

 그지없이 쉬우며 마땅한 이야기인데, 이토록 쉬우며 마땅한 이야기를 쉽고 마땅히 새기거나 품는 사람이란 왜 이렇게 드물까. 지저분한 온누리이니까 예방접종을 다 맞추어야 하고, 더러운 이 땅이니까 농약과 비료 펑펑 써대야 하며, 먹고살기 팍팍한 이 나라이니까 돈벌이만 하면 될까.

 아무래도 이모저모 핑계거리가 있는 우리들이다. 어쩔 수 없이 이 일 저 일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다. 집식구를 먹여살린다든지 학교를 다녀야 한다든지 몸이 아프다든지 하면서 얼마나 고단한 하루하루일까. 그런데 이 모두는 집어치울 핑계거리이고, 우리가 돌아볼 대목은 오로지 하나이다. 누구한테든 저마다 주어진 삶은 딱 한 번뿐이요, 이 한 번 주어진 삶은 다른 어떤 사람 삶하고 견줄 수 없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며 가장 즐거운 나날이다. 남하고 나를 견줄 까닭이 없이 나는 나대로 내가 걷는 이 길을 가장 신나게 걸어가면 된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즐거움이 있고, 가멸찬 살림일 때에는 가멸찬 살림인 대로 즐거움이 있다. 두 다리가 튼튼하여 힘차게 걸어다니는 사람이라면 힘차게 걷는 길에서 즐거움을 맛보고, 두 다리가 아파 제대로 못 걷는 사람이라면 바퀴걸상을 탄다든지 다른 사람 힘을 빌어 다닌다든지 하며 또다른 즐거움을 맛본다. 밥을 해서 스스로 먹어도 즐겁고, 밥을 차려 먹여도 즐거우며, 밥을 차려 준 분한테서 얻어먹어도 즐겁다.

 사람들이 자꾸자꾸 엉터리 사진을 찍고 엉터리 책을 쓰거나 읽으며 엉터리 말을 일삼는 까닭은 오로지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 스스로 당신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며 즐겁고 소담스러운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자꾸자꾸 엉터리가 되어 버리지 않느냐 싶다. 내 삶을 사랑한다면 내 넋을 사랑하고 내 말을 사랑한다. 내 삶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찍는 사진에 사랑이 안 묻어날 수 있겠는가. 내 삶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쓴 책에 사랑이 안 담길 수 있겠는가.

 돈에 파묻힌 사람이 찍는 사진에는 돈내음이 폴폴 난다. 권력을 좇는 사람이 쓰는 책에는 권력내음이 구리게 난다.

 꿈을 품을 노릇이지 검은 속셈을 키울 노릇이 아니다. 꿈을 이루고자 땀을 흘릴 노릇이지 돈을 벌고자 땀을 쏟을 노릇이 아니다. 사진으로 이루는 꿈을 살피고, 책으로 이루는 꿈을 곱씹으며, 내 땀을 알뜰살뜰 곱게 들이며 이루는 꿈을 찾을 노릇이다. 성적표는 숫자가 아닌 사랑으로 채워야 하는데, 참말 사랑으로 성적표를 쓰고자 하는 스승이라면 아예 성적표란 집어치우고 아이들한테 편지를 써 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으로 쓰는’ 성적표라고 제대로 된 아름다움이 아니란 얘기다. 제대로 된 아름다움이란 ‘사랑으로 쓰는’ ‘편지’ 한 가지이다.

 옳게 살고 착하게 살며 곱게 살면 된다. 옳은 마음을 깨닫고 착한 마음을 다스리며 고운 마음을 보듬으면 된다. 옳은 일을 하고 착한 일을 즐기며 고운 일을 나누면 된다. 옳은 사진을 찍고 착한 사진을 나누며 고운 사진을 펼치면 된다. 밑바탕을 차리고 밑틀을 세우며 밑돌을 닦으면 된다. 갈래는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다 다르게 나아가면 된다. 맨 먼저 밑자리를 슬기롭게 뿌리내리도록 애쓰면서 살아가면 된다. (4343.6.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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