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정치꾼은 누가 왜 뽑는가


 내 한 표를 받은 사람이 시장이나 구의원이 되는 일은 놀라우며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내 한 표를 받지 않은 사람이 시장이 되든 구의원이 되든 우리가 곁에서 꼼꼼하게 지켜보고 따스하게 어루만지면서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운 정책을 마련해서 꾸릴 수 있도록 이끈다면 더욱 놀라우며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민주주의는 한 표 권리를 쓰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한 표 권리란 민주주의로 가는 아주 작은 단추꿰기입니다. 단추 하나를 꿰었다고 옷을 입은 셈이 아닐 뿐더러, 웃도리나 바지 한 벌 입은 차림새 또한 아닙니다. 단추를 꿰고 볼 일이지만, 옷을 제대로 차려입어야 하고, 위아래와 속옷하고 신을 골고루 갖출 노릇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는 정치를 비롯해 사회ㆍ경제ㆍ문화ㆍ환경ㆍ교육 모두 다른 사람 손에 돈을 들여 맡겨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란 참다운 자유와 평화와 통일과 복지와 예술이 살아숨쉬어야 합니다. 어느 당 후보를 안 찍는다고 4대강이나 경인운하 물길이 꺾이지 않습니다. 엊그제 신포시장에 먹을거리 장만하러 갔다가 받은 어느 야당 선거공약집을 들추니, 이분이 내놓은 공약은 온통 ‘또다른 모습으로 밀어붙일 개발’투성이입니다. ‘뉴타운’도 재개발이지만 ‘웰타운’도 막개발입니다. 우리는 국립공원만 깨끗이 지켜서는 안 됩니다. 국립공원부터 깨끗이 지키며 여느 사람 살아가는 도시가 막개발 아닌 오래도록 스스로 손질하고 조그맣게 가꾸는 작고 고운 마을 삶터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동화 쓰던 할배는 죽음을 앞두고 우리들한테 자동차를 버리며 전쟁을 막자고 외쳤습니다. 곰곰이 따지면, 자동차를 버릴 줄 알아야 한 표 권리를 누구한테 써야 하는가를 깨달을 수 있고, 두 다리와 자전거로 살아가고 있으면 어느 누가 정치꾼으로 뽑히더라도 우리 마을은 우리 손으로 사랑스럽고 넉넉하며 빛깔 곱게 가꿀 수 있습니다. 이놈 저놈 다 몹쓸 놈이 아니라, 이놈 저놈 모두 더 큰 돈과 빠른 차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도록 처음부터 다스릴 2010년 6월 2일을 맞이할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4343.5.26.물.ㅎㄲㅅㄱ) 

 

(가톨릭환경연대에서 부탁을 받고 신나게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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