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골목길과 배다리를 팔아먹는 거짓말쟁이들
인천 토박이 가운데 스스로 인천 토박이임을 내세우며 인천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천 토박이는 으레 더없이 조용하기 마련이다. 인천 토박이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을 일컫는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아이를 낳아 키우고 인천에서 일감을 찾아 인천땅 다른 토박이하고 어깨동무하며 지내는 사람을 가리킨다.
인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인천사람이다. 이들이 모두 인천 토박이이지 않다. 그러나 인천에 살면서도 인천사람 아닌 서울사람이 있고 경기사람이 있으며 부천사람이 있다.
누가 더 옳다는 소리가 아니다. 누가 더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마다 제가 선 자리에서 옳고 바르며 착하고 참되는 가운데 아름다이 살아가면 된다.
다만,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 당신들 이름값하고 돈과 지위와 일거리와 홍보 따위에 휘두르려고 인천과 배다리를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 인천 토박이만 인천을 말하란 법이란 없다. 아주 마땅한 소리이다. 그러나 인천을 말하고 싶으면 인천을 말해야지, 왜 인천을 팔아먹고 있을까? 배다리를 말하고 싶으면 배다리를 말해야지, 왜 배다리를 비틀면서 팔아먹는가?
인천이란 인천 토박이와 인천에 깃든 사람들 삶터이다. 배다리란 인천땅에서 낮은 자리 여느 사람들이 가난한 살림을 꾸리며 오순도순 북적이던 골목동네요, 한국전쟁 무렵부터 헌책방거리로 자리잡은 곳이다. 인천을 인천 아닌 엉뚱한 곳인 양 떠드는 이들은 정치꾼만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을 내세우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배다리를 배다리 아닌 얄딱구리한 곳으로 덮어씌우며 팔아치는 이들은 정치꾼이나 공무원이나 개발업자만이 아니다. 문화이니 예술이니 들먹이는 이들과 모임도 매한가지이다.
제발 입 좀 다물면 좋겠다. 제발 다른 데에서 돈벌이를 하면 좋겠다. 인천은 인천 그대로 놓아 주고, 배다리는 배다리 그대로 살려 주면 좋겠다. 좋은 노래와 춤사위가 있으면서 책을 즐길 수도 있다만, 조용한 가운데 차분한 마음결이 되지 않고서는 책을 삭일 수 없다. 인천이 왜 인천이고, 배다리가 왜 배다리인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인천이고, 어디에서 인천이 태어나 오늘날에 이르렀으며, 배다리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이며, 배다리가 왜 배다리이고, 오늘날과 같은 이름을 얻었는지를 길디긴 흐름과 기나긴 삶자락과 여느 사람들 눈물 콧물 웃음 땀방울로 돌아보는 사람들 가슴에 쓰라린 생채기를 남기는 모든 지식인들은 당신들 스스로 뭘 하고 있는지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부질없는 꿈일는지 모르나 하도 답답하고 갑갑해서 한 마디 적는다. (2010.5.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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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배다리'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모든 지식인을 두고 쓴 글이다만, 이들 배다리를 내세우는 지식인들과 문화인과 예술인과 운동가들은 이 글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느낀다. 그러나 배다리 주민으로서 더는 참고 지켜볼 수 없기에 글조각이나마 끄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