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마음


 내 이웃을 내 삶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고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사진이란 언제나 나와 네가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문학이요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찍는 사진이란 저마다 내 이웃을 어떤 내 마음그릇에 따라 사랑하거나 헤아리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일입니다. 사진기를 든 사람들 마음그릇이 깊고 너르다면 이이가 아무리 풋내기요 값싼 사진기를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따뜻하고 아름다우며 훌륭한 사진을 빚습니다. 사진기를 든 사람들 마음그릇이 얕고 좁다면 이이가 아무리 이름난 사진쟁이요 값비싼 사진기를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차갑고 메마르며 엉터리인 사진을 낳습니다. 사진기를 알아보고 사진기를 갖추며 사진기 단추를 누르기만 하는 어설프며 가녀린 사람들을 마주해야 할 때에는 더없이 슬픕니다. 사랑나눔 하나 하지 못하면서 사랑이야기 하나 담지 못하는데다가 사랑스러운 눈길 한 번 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글쟁이는 글을 쓰기 앞서 먼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림쟁이는 그림을 그리기 앞서 먼저 참된 사람이 되어야 하며, 사진쟁이는 사진을 찍기 앞서 먼저 고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땅한 밑바탕 다지기입니다. 처음을 여는 밑마음 다스리기입니다. 착하지 않고 참되지 않으며 곱지 않은 사람들이 쥐거나 들거나 붙잡고 있는 볼펜과 붓과 사진기는 무시무시한 군화발과 같습니다. 무서운 총칼과 매한가지입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를 떨어뜨리는 못난 주먹힘일 뿐입니다. (4343.5.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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