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빨래


 홀로 나들이를 할 때에는 따로 옷가지를 챙겨 가지 않아도 된다. 하루밤 묵는 잠집에서 빨래를 하고 널어 놓으면 아침에 다 마르기 때문. 그러나 홀로 나들이를 하지 않는 요즈음은 아기 기저귀와 옷가지만으로도 가방이 하나 가득 차고도 모자라 다른 손가방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이 옷가지와 기저귀를 빨아야 하기에 저녁나절 일찌감치 잠집에 들어야 하고, 잠집에 들어서도 쉼없이 빨래를 해대야 한다. 애써 나들이를 나왔지만 돌아다니며 둘러볼 겨를이란 거의 나지 않으며, 돌아다니는 사이 하나둘 늘어나고 쌓이는 빨래를 헤아리면서 걱정이 함께 늘고 근심이 소록소록 겹친다. 이윽고 나들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동안 엉성하게 했던 빨래를 다시 제대로 하느라, 그리고 여러 사람 옷가지까지 빨래감이 곱배기가 되느라, 다른 일에는 조금도 마음을 쏟을 수 없다. 더군다나 어제오늘은 날까지 궂어서 비까지 내리고 마니, 제기랄, 마당에는 빨래를 내다 널지 못한다. 궁시렁궁시렁 투덜거리며 겨우 집안에 이은 빨래줄에 널고 옷걸이에 걸지만, 하루가 다 가도록 빨래는 안 마른다. 집에서도 빨래가 밀린다. 하는 수 없이 다리미를 써서 억지로 물기를 빼낸다. (4341.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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