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왕 장수풍뎅이
구리바야시 사토시 지음, 히다카 도시다카 감수, 고향옥 옮김, 김태우 / 사파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잡지 <북새통> '이달 추천 어린이책'에 보내는 비평]


 이달에 받아 본 책 다섯 가지를 놓고 오래도록 망설이게 됩니다. 지난달에는 어느 책을 고르면 좋을까 하며 즐겁게 걱정을 했는데, 이달에는 마땅히 어느 하나를 가릴 수 없었습니다. 차마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기도 껄적지근하고, 그렇다고 이 책을 칭찬하고 싶지는 않고.

 망설이고 망설이며 ‘이 책은 안 되겠어’ 하고 하나씩 덜어내다 보니 《곤충의 왕 장수풍뎅이》(사파리)가 남습니다. 지금 한국땅에서는 ‘장수풍뎅이’를 본다는 일은 아주 드물 뿐 아니라 운이 억세게 좋지 않고서는 꿈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그만큼 우리들은 장수풍뎅이며 하늘소가 살아갈 터전을 마구 무너뜨리고 깎아 버리면서 고속도로와 아파트와 공장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이니,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장수풍뎅이 이야기는 엮어내지 못하고, 이웃 일본에서 자라는 장수풍뎅이 이야기를 옮겨서 펴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엮은 《곤충의 왕 장수풍뎅이》는 일본이 어린이책을 얼마나 잘 만들며, 부지런히 엮어내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이 담아내고 있는가를 잘 살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번역글이 그런지 일본사람이 쓴 글이 그런지 몰라도, 사진 아래에 달린 풀이말 가운데에는 장수풍뎅이를 ‘사람과 함께 사는 이웃 목숨’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한낱 연구대상이나 보호대상이나 노리개’쯤으로 여기는 듯한 풀이말이 자주 보입니다.

 자연 삶터와 목숨붙이를 살펴보는 데에 《곤충의 왕 장수풍뎅이》는 틀림없이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산 목숨’이 아닌 ‘죽은 목숨’ 같은 느낌이 드는 사진과 풀이말은 달갑지 않습니다. 죽은 목숨을 가까이하는 아이들은 이 책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장수풍뎅이와 얽힌 지식? 그러면 이 지식을 얻은 아이들은 이 땅에서 무엇을 하고 어울리며 살아야 할까요? 지식과 정보를 담아서 보여준다고 하는 자연도감 갈래 책이라고 해서 ‘지식과 정보’만 담아낸다면 속 빈 강정이 되고 맙니다. 별 하나 반을 줍니다. (4341.7.23.물.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