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 벨 이마주 101 벨 이마주 101
제마스티안 메쉔모저 지음, 전재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달님과 치즈와 다람쥐와 죄수
 [그림책이 좋다 48] 제바스티안 메쉔모저,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 책이름 :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 글ㆍ그림 : 제바스티안 메쉔모저
- 옮긴이 : 전재민
- 펴낸곳 : 중앙출판사(2008.4.15.)
- 책값 : 9000원



 (1) 치즈와 달


.. 어느 날 아침, 다람쥐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어요. 하늘에서 달님이 집 앞으로 뚝! 떨어졌지 뭐예요 ..  (7쪽)


 그림책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는 ‘하늘에서 떨어진 달’이 아니라 ‘언덕받이에서 농사꾼 아버지와 아들이 쉬고 있는 옆에 세운 수레에서 미끄러지며 구르다가 벼랑에서 슈웅 날아 다람쥐 사는 나뭇가지에 턱 얹힌 동그란 치즈 한 덩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책 안쪽 종이부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린이는 치즈 한 덩이만 노란빛으로 그리고, 다른 곳은 흑백으로 그립니다. 그림책을 펼치는 사람들은 누구나 ‘뭐여, 치즈 한 덩이가 떨어진 일이네’ 하고 처음부터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난데없이 하늘에서 뭔가가 툭 떨어졌는데, 마침 이 큰 덩어리가 노랗고, 더욱이 달님을 먼발치로만 바라보았던 다람쥐로서는, 치즈가 아닌 달님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람쥐는 혼자서 ‘달님이 왜 여기로 떨어졌지?’ 하고 생각을 하다가 ‘하늘에서 달이 사라졌다고 사람들이 찾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합니다. 끝내, ‘이러다가 내가 달님을 훔쳤다고 해서 붙잡아 감옥에 가두지 않을까?’ 하는 무서운 꿈까지 꿉니다.


.. 어느 날 아침, 염소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달님에게 박혀 있는 고슴도치가 투덜대는 바람에요. 달님한테 꼬랑내가 난다는 거예요 ..  (34쪽)


 혼자힘으로 달님을 하늘로 돌려보낼 길이 없고 숨길 수도 없어서 어쩌지 못하던 다람쥐는, 고슴도치한테 힘을 빌고 염소한테도 힘을 빕니다. 그러나 둘 모두 달님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다람쥐는 생각합니다. ‘이러다가는 고슴도치도 염소도 함께 감옥에 갇히겠다’고.

 하늘에서 떨어진 녀석은 달이 아니라 치즈덩어리. 그래서 치즈는 조금씩 냄새를 피우고, 이 냄새를 맡은 파리떼가 몰려듭니다. 곧이어 쥐들이 좋은 먹잇감이 생겼다면서 갉아먹습니다.

 다람쥐는 속으로 울부짖지요. 쥐들이 더 큰일을 만든다고. 그런데 쥐떼가 ‘달님 아닌 치즈덩어리’를 갉아먹어 주었기 때문에, 치즈에 가시를 박던 고슴도치와 뿔을 박던 염소는 풀려납니다. 그렇지만 다람쥐는 걱정을 이어갑니다. ‘이제는 나와 고슴도치와 염소에다가 쥐까지도 감옥에 갇히겠군!’ 하고.


.. 염소가 풀려났어요…… 고슴도치도 풀려났어요…… 쥐들은 ‘꺼억’ 배가 불렀답니다. 그런데 이런, 달님이 망가져 버렸어요! ..  (37∼38쪽)


 다람쥐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배불러 드러누운 쥐는 꼼짝을 않습니다. 홀로 끙끙 앓습니다. 더구나 망가뜨리고 만 달님 모습을 누가 알면 어쩌나 두렵습니다. 이제 참말로 어찌해야 할는지. 꼼짝없이 감옥에 갇혀서 눈물로 세월을 마감해야 할는지(다람쥐 혼자 하는 생각이지만), 무언가 뾰족한 좋은 수를 찾아내어 이 어려움에서 벗어날는지.




 (2)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라는 그림책


 그림책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느냐 싶어 금세 덮었습니다. 옆에서 함께 책을 보던 옆지기가 그림이 재미있다고 하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들추어보았습니다. 책을 다시 펼치니, 다람쥐가 혼자서 생각하는 이야기(자기가 감옥에 갇힌 모습)가 나오는데, 죄수는 십자수를 하고 있고, 창살로 달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한편, 그 옆으로 양변기 큰 것과 작은 것이 나란히 있습니다.

 그 다음 다람쥐 생각(이번에도 감옥에 갇힌 모습)을 보면, 죄수는 실이 다 떨어져서 바늘에 실을 꿰고 있고, 창살 밖으로 보이는 달 아래쪽에 고슴도치가 달에 가시를 박은 채 매달려 있습니다.

 마지막 다람쥐 꿈(이때에도 감옥에 갇힌 모습)을 들여다보면, 창살 밖으로 달이 사라집니다. 쥐때가 달을 모두 먹었기 때문입니다. 죄수는 십자수를 할 수 없어 짜증스러운 얼굴이 되고, 그 옆으로 염소와 고슴도치가 나란히 앉아서 멀뚱멀뚱한 얼굴이며, 죄수 한쪽 옆으로 쥐들도 죄수옷을 입고 앉아 있습니다. 양변기는 짐승들 크기에 따라 작은 녀석으로 새로 하나 놓입니다.

  그림책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를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넘겨서 봅니다. 한 번 더 보고 또 한 번 봅니다. 연필과 색연필을 쓴 바탕그림과 물감으로 그린 달(치즈) 모습이 서로 돋보입니다.

 책을 보는 우리들로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일 수 있으나, 자다가 쿵 소리에 깬 다람쥐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며, 다른 짐승 동무들한테도 큰일입니다. 다람쥐나 고슴도치나 염소는 치즈를 안 먹으니 달로 잘못 생각할 수 있고, 치즈를 먹는 쥐도 배고픔을 채우려고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들었고.

 우리 세상을 사람 눈으로만 바라본다면 너무 뻔하거나 뚱딴지로 여길 수 있을 일일지 모르지만, 사람이 아닌 짐승들 눈으로, 또 짐승 가운데에도 조그마한 짐승 눈으로 볼 때에는 사뭇 다를 수 있구나 싶습니다. 아니, 다르지요.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으니 마음 착한 동무들은 스스럼없이 나서서 도와줍니다. 사람끼리이든, 짐승끼리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나어린 사람이든.

 책상맡에 놓아 두고 또 한 번 그림책을 펼치니, 이 이야기를 짜내고 그림을 그린 분은 ‘재미있게 보라면서 즐겁게 그리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생각해 보라고, ‘농사꾼 아버지와 아들’은 애써 마련한 치즈덩어리인데, 잠깐 쉬는 사이 미끄러지며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져 버렸으니 오죽 속이 타겠습니까. 그런데 속타는 농사꾼 마음은 모르는 채, 숲속에서는 짐승들끼리 큰일이 벌어졌고, 쥐떼는 ‘하늘에서 떨어진 밥 선물’을 고맙게 먹습니다. 누군가한테는 안타까운 일이 누군가한테는 고마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을 느긋하게 추슬러서 ‘잃은 치즈덩어리야 어디로 가겠니, 숲속 짐승들이 먹겠지. 우리는 하늘에 걸린 저 달을 보며 아름다움을 생각하자’고 아버지가 아이를 달래었을 수 있습니다. 거꾸로, 아이가 아버지를 달래며 ‘우리 저 아름다운 달을 보면서 잊어요. 그러고 보니 저 달이 우리 치즈하고 꼭같은 빛깔이네요’ 하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람쥐네도 ‘달로 여기는 치즈덩어리’ 때문에 생긴 일을 얼른 마무리하고 걱정없이 자기 삶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겠지요. (4341.6.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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