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내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전철은 책을 느긋하게 읽을 수 있는 곳입니다. 쇠바퀴와 쇳길이 부딪히며 내는 치치 소리 시끄럽고, 간첩신고 하라는 방송이 아직도 끊이지 않으며, 목소리 높여 손전화 받는 사람 많은 가운데, 옆사람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밟고 치고 미는 사람 많은 전철입니다만, 마음을 그러모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서 가며 책을 읽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버릇을 들이면 괜찮아집니다. 버스는 너무 덜컹거릴 뿐더러, 운전기사가 지나치게 마구 몰아서 책을 읽기 아주 나쁩니다. 자가용을 몰면 책은 못 읽습니다. 집이나 일터에서는 수많은 일거리가 끊이지 않으니 책에 마음을 쏟기 어렵습니다. 일거리가 줄거나 고된 일을 마친 뒤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 화면을 들여다보거나 텔레비전 화면을 쳐다보는 일이 한결 낫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전철은 책을 가까이하는 소중한 곳이 되기도 합니다. 가방에 책 한 권 언제나 챙겨 놓고 있다면. 가방 없는 빈손이라 해도 한손에 책 하나 들고 움직일 만큼 매무새를 추스를 수 있다면. (4341.6.4.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