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살펴보기
 (118) 외로운 떠돌이 라스무스


 퍽 어릴 적 라스무스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때가 언제인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국민학교 다닐 때라고만 떠올립니다. 어쩌면 국민학교 3학년 때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그 3학년 때, 또는 4학년 때인데, 학급문고 간수를 맡은 계집아이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하나 있고, 이해에는 모범생으로 착하게 보내 보자는 마음이 있어서 책읽기에 무던히 시간을 쏟았습니다. 국민학교 1학년 때에는 얌전한 아이로, 2학년 때에는 말썽꾸러기로, 3학년 때에는 다시 얌전한 아이로, 4학년 때에는 또다시 장난꾸러기로 …… 이렇게 한 해 한 해 보냈던 국민학생 때입니다. 아, 그러면 3학년 때로군요.

 ―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 (계몽사)

 지금도 떠오르는데, 그 3학년 때(1984년), 햇볕이 따사롭게 들어오는 창문가에 앉아서 빠알간 겉싸개로 되어 있는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하나인 ‘라스무스’ 이야기를, 그때는 몰랐고 지금 와서 돌아보니 책이름이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인 어린이책을 읽었습니다. 그 어릴 때 ‘방랑’은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고아’라는 말은 알았습니다. 고아 라스무스가 나오는 이야기라, 퍽 재미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한창 삐삐와 앤으로 우리들 눈시울을 적시던 때입니다. 저는 그레이트마징가 만화영화도 보았지만 삐삐 연속극도 보았고 앤 만화영화도 보았습니다. 미래소년 코난도 보았고요.

 ┌ 방랑아 라스무스 (교연사,1987)
 ├ 라스무스와 방랑아 (민음사,1991)
 ├ 라스무스와 방랑자 (시공주니어,1997)
 ├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 (계몽사,1981)
 └ 하느님의 굴뚝새 (빛남,1995)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이 외로운 라스무스는 고아원에서 삽니다. 고아원에 살면서 ‘자기 같은 외톨이 아이’를 귀엽게 보아주면서 데려가 줄(입양) 돈 많고 마음 좋은 사람을 기다리는 형편입니다. 그렇지만 라스무스는 번번이 떨어집니다.

 ┌ 방랑(放浪) :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님
 │   - 방랑 생활 / 김삿갓은 방랑 시인으로 유명하다 /
 │     발길 닿는 대로 며칠씩 여기저기 방랑도 해 보다가
 ├ 방랑아(放浪兒)
 │  (1) [북녘말]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사는 어린이
 │  (2) 방랑 생활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방랑자(放浪者) :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


 그러던 어느 날, 라스무스는 고아원에서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고아원에서 빠져나가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끝내 뜻을 이룹니다. 자칫, 늙어죽는 날까지 고아원 울타리에 갇혀 있어야 했을지 모르는 라스무스는 새 삶을 찾습니다.

 ― 떠돌다 / 떠돌이 . 나그네

 그렇지만 라스무스를 반기는 세상은 어떻든가요. 따뜻했던가요. 넉넉했던가요. 아름다웠던가요.

 생각해 보면, 라스무스가 살았던 먼 옛날 유럽땅에서뿐 아니라 2008년 대한민국 땅에서도 아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외롭고 힘들고 슬프고 답답한 삶을 보내야 하지 않느랴 싶습니다.

 사회복지 틀거리도 그렇지만, 이 나라 사람들 눈길과 매무새가 어린 떠돌이 아이한테 얼마나 따뜻하게 다가가는지요. 집이 없고 길을 헤매는 어린 양한테 우리들 집 있고 돈 있는 어른들은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는지요.

 → 외로운 떠돌이 라스무스
 → 쓸쓸한 나그네 라스무스
 → 외로운 길을 걷는 라스무스
 → 라스무스는 홀로 길을 걷네


 책을 읽으면, 라스무스는 세상에 둘도 없는 외톨이입니다. 그렇지만 라스무스는 어느 때에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머물 곳이 없는 어린 나그네이건만, 늘 웃으면서 살고 언제나 밝게 살아갑니다. 이런 라스무스한테는 더없이 반가운 벗(어른 : 오스카)이 있어요.

 그러고 보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할머님이 지은 이 이야기책 ‘라스무스 이야기’는 “외로운 떠돌이 라스무스”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는 한편, “씩씩한 나그네 라스무스”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멋진 떠돌이 라스무스”인지 모릅니다. “야무진 나그네 라스무스”인지 모르고요. (4341.3.30.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