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맨 처음 만든 집은 ‘썩어’ 간다
 [배다리 골목길 이야기 23] 중국사람 거리 ‘공화춘’



 그대로 두면 퍽 멋들어진 옛 ‘중국사람 거리 중국집’으로 남을 텐데, 이러한 집들이 얄딱구리한 페인트 떡발림에 시달리면서 ‘차이나타운 관광지 짜장면집’으로 바뀌고 있다. 엊그제 모처럼 ‘중국사람 거리’로 나들이를 갔다. 옆지기가 해바라기씨를 먹고 싶다고 해서 부러 나들이를 갔다. 중국사람들은 해바라기씨를 참 좋아해서 이곳에는 중국에서 바로 들여온 해바라기씨를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서 판다. 우리는 이 가운데 가장 큰 놈으로 샀다. 그래 보아야 3000원. 껍질째 먹어도 되지만 너무 짜다. 껍질을 벗겨 먹으면 알맹이는 아주 작다.

 중국사람 거리에 들른 김에 중국 보리술도 두 병 산다. 한 병에 1500원이 안팎인데, 630들이 보리술을 이만한 값으로 사마시는 값은 무척 싼 편. 그러면 이 보리술을 중국에서 들여올 때는 얼마라는 소리일까.

 새 고무신을 신은 탓에 뒷꿈치가 다 까지고 발등도 빨갛게 부어오른다. 신던 고무신이 아주 닳아서 새 고무신으로 옮겨신는데, 이때마다 늘 발앓이를 한다. 어기적어기적 걷는다. 아까 지나온 길을 다시 걷고 싶지 않아 안쪽 골목으로 걷는다. 이 골목까지는 관광지 개발을 하지 않아서 조용하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왁자지껄 시끄럽고 한쪽은 아주 한갓지다. 지금 우리 동네 재개발로 다 쓸려나가면 차라리 이리로라도 옮겨올까? 그런데 여기는 재개발 안 하나? 에휴.

 수풀이 우거진 어느 중국집 앞을 지난다. 이곳은 그예 조용히 있네, 하는 생각으로 지나가다가 이 집에 붙어 있는 빛바랜 간판에 눈길이 쏠린다. 앗, 아니, 여기는 ‘공화춘(共和春)’ 아닌가? 1905년에 세워진, 우리 나라에서 맨 처음으로 짜장면을 빚어서 팔던 그 가게!

 그런데 어이하여 이렇게 수풀이 우거진 빈집, 썩어가는 집, 쓰러져가는 집이 되었지? 이곳 공화춘을 인천시에서는 2006년 4월 14일에 등록문화재 246호로 지정해 놓기도 했다는데, 등록문화재로 지정은 해 놓고 이렇게 내버려 두어도 되는가? 이게 무슨 문화재라고? 중국사람 거리에서 1번지라고 할 공화춘을 이렇게 엉망으로 다 쓰러져 가게 해 놓고 무슨 ‘차이나타운 관광특구’ 따위를 만든다고?

 이곳 공화춘은 1984년에 문을 닫고, 지금은 인천역에서 올라오는 가운데길 세거리 한복판에 새 건물을 지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들어서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옛자리 공화춘은 틀림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옛자리 공화춘은 중국사람 거리를 대표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은 이렇게 버려두고서 무슨 역사를 말하고 문화를 말하고 관광을 말할 수 있겠는가. 문화재임을 알리는 빗돌 하나 없고, 이 앞을 또는 이 옆을 지나다니는 어느 누구도 이곳이 ‘공화춘’ 옛자리임을 알지를 못한다.

 돈으로 처바를 수 없는 역사요 문화재이다. 돈으로 다시 세울 수 없는 문화요 살림집이다. 돈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없는 관광지이고, 돈으로 사람들 눈길을 받을 수 없는 관광상품이다.

 엊그제 지역신문(인천일보 2008.4.16.)을 보고 인천연대(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보도자료(2008.4.15.)를 보니, 인천시는 ‘2009인천세계도시엑스포’를 하려다가, 중국에서 세계공인을 받아 하는 행사와 겹치게 되어서, 이름도 ‘2009인천세계축전’으로 바꾸었다고 나온다. 그런데 이 행사를 한다면서 그동안 128억이라는 예산을 썼는데 이 가운데 65억을 조직위 147명한테 인건비를 주느라고 썼다고 나온다. 2009년 9월에 한다는 ‘인천세계축전’에서 무엇을 할는지 아직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며칠 동안 할는지도 잡히지 않은 가운데, 또 어디에서 어떻게 한다는지 틀거리도 없다고 한다. 오로지 돈만 썼다. 돈을 쓸 곳이 없어서 이곳에 퍼붓는가? 인천이라는 곳을 세계에 알리고, 아니 세계에 알리기 앞서 나라안에 알리고, 아니 나라안에 알리기 앞서 인천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무언가 알리거나 나누려고 하는 데에는 돈을 얼마나 쓰고 있을까. 품은 얼마나 들이고 있을까. 마음은 얼마나 쏟고 있을까.

 어쩌면, 문화며 삶이며 역사며 집이며 예술이며를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공화춘에 어줍잖게 손을 대지 않고 수풀만 우거져 있도록 내버려 둔 편이 나은지 모른다. 괜히 돈쟁이들이 돈으로 처바른답시고 잘못 건드렸다가 첫모습마저 잃어버리거나 망가지면 더욱 큰일이다.

 쓸쓸해 보이지만, 쓸쓸하지 않은 옛 공화춘인지 모른다. 조용히 해바라기를 하면서 가게 앞 푸나무하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그 자리에서 흙이 되어 가는 옛 공화춘인지 모른다. 이제는 주차장처럼 쓰이고 있어, 이 앞을 지나가면서도 옛 공화춘임을 알아보기 어렵게 된 형편.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꿉벅 숙여 인사를 한다. (4341.4.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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