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658 : 어떤 不可思議의 깊이에로
겨울하늘은 어떤 不可思議의 깊이에로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낯설게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들은 바 없이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믿기지 않게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수수께기처럼 깊이 사라져 가고
《處容》(김춘수, 민음사, 1974) 50쪽
요즈음은 ‘-에로’나 ‘-에로의’처럼 토씨를 얄궂게 잘못 쓰는 일이 확 사라집니다. 지난날에는 일본말씨를 흉내낸 이런 말씨가 꽤 번졌어요. 우리말에 없는 토씨를 억지로 만들어야 글이 남다르다고 여겼거든요. 게다가 “알 수 없다”나 ‘아리송하다·알쏭달쏭하다·모르다·수수께끼’나 “믿기지 않는다·믿을 수 없다·못 믿겠다”라 하면 될 텐데, 굳이 일본말씨로 ‘불가사의·不可思議’라 적어야 글꽃(문학)이라고 잘못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 不可思議의 + 깊이에로”는 “알 수 없는 + 깊이로”로 다듬을 수 있는데, ‘깊이’를 이름씨로 삼아서 ‘-로’를 붙이기보다는 어찌씨로 삼아서 토씨 없이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낯설게 + 깊이”나 “믿기지 않게 + 깊이”처럼 다듬으면 돼요. 겨울하늘은 수수께끼처럼 깊이 사라집니다. 겨울하늘은 낯설게 깊이 사라져요. 겨울하늘은 모르는 새 깊이 사라지고, 겨울하늘은 문득 깊이 사라집니다. ㅍㄹㄴ
불가사의(不可思議) : 1. 사람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이 이상하고 야릇함 2. 나유타의 만 배가 되는 수. 즉, 10**64**을 이른다 3. 예전에, 나유타의 억 배가 되는 수를 이르던 말. 즉, 10**120**을 이른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