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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하야시 노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20년 8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2.21.
인문책시렁 420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하야시 노리코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20.8.10.
우리는 마녘과 높녘으로 갈려서 “두나라 한겨레”입니다. 둘로 갈려서 따로 살아가는 나날이 해마다 늘수록 둘 사이는 더 멀게 마련입니다. 마녘 나라지기나 높녘 나라지기가 이따금 만나고, 마높녘 벼슬아치끼리 만나기도 하지만, 마높녘 수수한 사람은 아예 만날 길이 없습니다. 높녘사람이 높녘에서 달아나 마녘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함부로 못 만나도록 담벼락을 높이 치기까지 합니다.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는 높녘사람 살림살이나 살림길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어 고마운 책입니다. 게다가 이 땅에서 삶터를 빼앗긴 탓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겨우 먹고살던 한겨레가 어떻게 높녘으로 들어갔는지 살필 수 있어요. 이때 티없는 마음으로 짝꿍을 따라서 높녘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바깥마실을 갈 수 없이 매인 몸으로 늙어가는 여러 일본 할머니 삶자락까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지난날 임금은 어느 쪽을 평안도라든지 함경도라 이름을 붙이고, 어느 쪽을 경상도라든지 전라도라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나 어느 고을 어느 마을에서 나고자라는 사람이든 그저 ‘사람’입니다. ‘나라’나 ‘고을’이나 ‘마을’로 묶기 앞서 오롯이 ‘사람’입니다. 그저 다르게 태어나서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나라는 ‘나라지키기’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사내를 싸울아비로 끌고 갔으며, 나중에는 ‘나라넘기기’를 하면서 가시버시를 몽땅 불바다에 팽개쳤습니다.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왔기에 긴긴 나날을 시달리고 괴롭고 죽어야 했습니다만, 이에 앞서 조선이라는 웃사내틀(가부장권력)이 무시무시하던 나라에서도 밑바닥이라는 데에 있는 흙사람(농사꾼)은 낛에 시달리고 싸울아비로 끌려가서 죽고 벼슬힘으로 찍어누르며 종으로 부리는 나리 탓에 괴로웠습니다. ‘군사독재·일제강점기·조선봉건사회’ 어디에서나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 힘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발자취를 찬찬히 짚을 때라야 “일본으로 건너간 한겨레”하고 “높녘으로 건너간 일본겨레”가 얽힌 실타래를 읽을 만해요. 건너가고 건너온 사람은 하나같이 ‘밑바닥사람’입니다.
2026해 무렵에 높녘을 헤아리면, 높녘은 우두머리 자리를 모처럼 아들 아닌 딸한테 물려줄 듯싶습니다만, 우두머리 자리를 몇몇이 거머쥘 뿐, 높녘이라는 터전을 이루는 사람은 어떻게 지내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어요. 높녘사람은 왜 러시아 끝자락으로 끌려가서 불받이(전쟁소모품)로 죽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높녘사람은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갈까요? 집안이나 핏줄로 갈라서 벼슬을 꿰차거나 돈을 움켜쥐는 높녘을 두레(공산주의·사회주의)라 할 수는 없습니다. 다 다른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기지만, 어느 목소리는 안 된다고 못박으면서 이야기(대화·토론)가 없이 끊기만 하는 마녘도 아름길(민주주의)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라를 세우려니 금을 긋고 우두머리를 올립니다. 나라를 지키려니 총칼을 잔뜩 갖추면서 애먼 사내를 싸울아비로 붙듭니다. 나라를 드높이려니 가시내를 억누르면서 가두리에 욱여넣습니다. 이제는 ‘나라’나 ‘고을’이나 ‘마을’이라는 헛된 굴레를 걷어내고서 오롯이 ‘사람’으로 마주하며 서로 ‘이웃’과 ‘동무’로 지내는 길을 찾을 때입니다. 이웃이어야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찾습니다. 동무여야 돕고 돌보면서 살림을 짓습니다. 이웃과 동무가 아니기에 힘·돈·이름값에 얽매이면서 끝없이 싸우고 금긋고 괴롭히는 불바다에 스스로 갇히고 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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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무덤 앞에서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가져온 유일한 선물은 저의 건강한 몸뿐입니다. 말도 없이 일본을 떠난 저를 부디 용서하세요’ 이렇게 말했지?” 키미코 씨가 상냥하게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33쪽)
“하지만 마침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고난의 행군이 시작돼서 배급이 절반으로 줄고 주식이 쌀에서 옥수수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길가 풀을 뜯어먹거나 산에 가서 도토리든 뭐든 먹을 수 있는 건 다 가져왔어요. 어느 날은 벼를 베고 논에 남은 줄기 아랫부분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끓여먹기도 하고, 어느 날은 거기에 옥수숫가루를 섞어 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65쪽)
“남편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잘 알아요. 막 사귈 무렵엔 일본말을 너무 잘해서 조선사람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만큼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한 거겠지요. 어느 때는 파칭코 가게에서 일하고 어느 때는 운전사로 일하는 등 직업도 자주 바뀌었습니다. 조선사람들은 일본에서 살기가 정말로 힘들었어요.” (101쪽)
10분쯤 지나 남편과 어떻게 만났는지 물으려 했을 때였다. “저기, 무슨 목적으로 절 찾아오셨나요?” …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껏 이 나라에 살았고 지금도 살아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고 일본어로 대답했다. 미츠코 씨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가만히 듣다가 10초가량 생각한 후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131쪽)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들은 모양이었다. 미츠코 씨는 얼마나 일본을 그리워했을까. (166쪽)
내 손을 꼭 쥐고는 그대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동차 시동이 걸렸는데도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215쪽)
“그럼 슬슬 갈까요.” 현지 담당자 말에 차에 탄 그녀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여기 있는 일본인 아내 셋은 20대, 30대 때 니카타를 떠난 뒤 한 번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254쪽)
#朝鮮に渡った日本人妻 #60年の記憶 #林典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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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하야시 노리코/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20)
그런 가운데 시작된 것이
→ 그러면서 하던
→ 그러면서 처음 한
5쪽
교수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 길잡이가 미더워했다
→ 길잡이는 미쁘게 보았다
17쪽
고령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 나이든 분과 눈이 마주쳤다
21쪽
조선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었다
→ 한겨레옷을 입었다
→ 배달옷을 입었다
→ 한옷을 입었다
26쪽
바다에서 모아온 유목流木과
→ 바다에서 모아온 뜬나무와
→ 바다에서 모아온 뜬널과
45쪽
가족이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안락하게 왕생했다
→ 집에서 끝을 지켜보며 다사롭게 날아올랐다
→ 집안에서 마지막을 지켜보며 느긋이 잘가셨다
73쪽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 누가 입을 열었다
→ 누가 말했다
83쪽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순치보거脣齒輔車라 불렀다고 한다
→ 한겨레와 일본은 단짝이라고 했다
→ 한겨레와 일본은 너나들이라고 했다
→ 한겨레와 일본은 가깝다고 했다
→ 한겨레와 일본은 살갑다고 했다
95쪽
이야기를 나누던 날 아침의 일이다
→ 이야기를 하던 아침이다
→ 이야기하던 아침 일이다
118쪽
내가 일안리프 카메라 두 대를 토트백에서 꺼내는 모습이나
→ 내가 한눈박이 둘을 트임가방에서 꺼내는 모습이나
→ 내가 홑눈찰칵이 둘을 트임짐에서 꺼내는 모습이나
130쪽
재일조선인 중에는 밀주를 제조해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 집술을 담가서 살림을 이어가는 일본한겨레가 많았다
→ 몰래 술을 빚어 먹고사는 일본한겨레가 많았다
17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