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 드래곤 4
신도 마사오키 지음, 이루다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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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2.16.

귀엽고 성가신 아이


《루리 드래곤 4》

 신도 마사오키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1.30.



  우리는 아직 ‘귀엽다’하고 ‘귀찮다’가 어떻게 얼키고설키는지 잘 모르거나 다 잊어버립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귀를 잡고서 온갖 겨울소리와 봄노래를 귀여겨들으려 한다면, 두 가지 ‘귀엽다·귀찮다’가 맞물리는 길을 다시 알아챕니다. 다만, 둘을 하나로 묶으려고 해야 비로소 둘이 다른 줄 알아봅니다.


  마냥 귀엽게 볼 수 있고, 그저 귀찮아 멀리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 두면서 늘 보고 싶기에 ‘귀엽다’라면, 가까이에 안 두면서 늘 안 보고 싶기에 ‘귀찮다’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귀’는 매우 조그맣지만, 모든 소리와 말과 가락을 이 귀를 거쳐서 받아들입니다. 다만, 귀는 가려서 듣습니다.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무턱대고 받아들이려 하면 귀가 찢어질 듯하다고 여깁니다.


  가려듣는 곳이기에 커야 하지 않습니다. 가까이에 두고서 좋아할 만하니까 커다랗거나 대단해야 하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귀엽다’는 작은일이나 작은사람이나 작은것을 좋아하면서 곁에 두려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귀찮다’는 큰일을 가리키지 않아요. 작은일이나 작은사람이나 작은것이 영 못마땅하거나 싫거나 미워서 곁에 안 두려 하기에 ‘귀찮다’입니다.


  《루리 드래곤 4》이 갑작스레 널리 팔린다고 하기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첫걸음부터 넉걸음에 이르는 동안 거의 억지스럽게 줄거리를 짜맞추면서 어영부영 이은 매무새인데, 무슨 날벼락이라도 맞았나 싶도록 아리송합니다. 듣자 하니, 일본에서는 이 그림꽃이 여러모로 엉성하거나 뜬금없이 짜맞추는 줄거리가 참으로 얄궂다고 여기면서 쓰는 글을 펴냄터에서 모조리 쳐내거나 지운다고 하는군요.


  하나부터 열까지 빈틈없도록 알찰 수 있습니다. 열 가지 가운데 여덟 가지가 허술하지만, 두 가지가 마음에 들어서 귀엽게 여길 수 있습니다. 《루리 드래곤》에 나오는 ‘루리’라는 아이를 놓고도, 이 아이가 하는 짓이나 말씨가 모두 귀엽다고 여길 수 있지만, 한두 가지만 귀여워도 좋아할 수 있습니다. 또는 여덟 가지가 마음에 들지만 두 가지가 못마땅해서 멀리하거나 귀찮다고 삼을 만합니다.


  풋풋한 아이를 둘러싼 다른 사람도 매한가지입니다. 서로 열 가지가 다 마음에 들기에 가까이하거나 사귀거나 어울리지 않습니다. 못마땅한 데는 잊거나 치우기로 하면서, 다같이 ‘귀엽게’ 어울리거나 놀기로 합니다. ‘귀찮은’ 곳은 어쨌든 해치워서 넘기기로 합니다. ‘귀찮다’하고 ‘성가시다’는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입니다. 곱게 여길 만하지 않아서 안 하고 싶은 ‘귀찮다’라면, 자꾸 들러붙는 듯해서 이제는 성나듯 싫은 ‘성가시다’입니다.


  한창 자라나는 여러 아이는 귀찮은 일은 얼른 마치고서 귀여운 일을 내내 쳐다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삶이라는 길에서는 모두 배움살림인 터라, 귀찮다고 여길수록 더 자주 맞닥뜨립니다. 귀엽다고 여길수록 외려 드물거나 적습니다. 속으로 깊이 마주하는 동무로 동글동글 어울리려는 길이라면, 귀엽다거나 귀찮다는 마음부터 걷어낼 노릇입니다. 줄거리를 짜맞추고 늘이면서 어찌저찌 잇는들, 성글게 엮는 틀은 매한가지입니다. 들려줄 이야기를 성가셔 하지 않으면서 차분히 바라볼 때라야, 붓끝이 제대로 살아날 텐데요.


ㅍㄹㄴ


“즉, 엄청 팔팔하다는 뜻입니다. 딱히 무슨 의미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오늘 운동회로 잔뜩 신이 나 있습니다.” (12쪽)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거야 … 앞으로 그 모습으로 집단생활을 해야 한다는 거지. 그에 관해서 아오키는 어떻게 생각해?” (113쪽)


“앞으로도 나 때문에 사람들이 휘둘리는 건 마음이 안 좋아.” “뭐? 주변에는 자신을 배려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넌 주변을 배려하는 거야? 이상하잖아.” “난 그래야지. 사람이 아니니까.” “아아아니, 사람이 아니면 사람다운 짓을 할 필요 없잖아!” “배려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내가 할 말이거든!” (120쪽)


“사실은 귀찮단 말이야. 친구가 늘어나는 것도, 배려하는 것도. 애초에 살갑게 구는 건 잘하지도 못하고. 즐거웠지만,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 계속 느끼고는 있었지. 나는 성가신 애라는 걸.” (139쪽)


“나한텐 드래곤이라서 친하게 지내는 거라고 했었잖아.”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드래곤이라는 게 뭐가 나빠? 눈에 띄는 특징은 특권인걸. 그러니 잔뜩 재밌어하자. 귀여우니까.” (145쪽)


#ルリドラゴン #眞藤雅興


+


《루리 드래곤 4》(신도 마사오키/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


선생님께 말씀드려! 감시자니까

→ 샘님한테 말해! 지켜보니까

→ 길잡이한테 말해! 눈이니까

9쪽


아까 준비하던 와중에요

→ 아까 꾸리다가요

→ 아까 챙기다가요

→ 아까 건사하다가요

10쪽


딱히 무슨 의미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 딱히 뜻은 없는 듯합니다

→ 무슨 뜻은 없다고 합니다

12쪽


굳이 말하자면, 오늘 운동회로 잔뜩 신이 나 있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놀이판에 잔뜩 신났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들마당에 잔뜩 신났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오늘 놀이꽃에 잔뜩 신났습니다

12쪽


너무 싫어서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어

→ 너무 싫어서 아예 잊었어

→ 너무 싫어서 그냥 잊었어

→ 너무 싫어서 잊었어

18쪽


첫 번째 주자,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사람,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째,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 첫자리,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34쪽


마지막은 약간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마지막은 조금 가시밭입니다

→ 마지막은 살짝 어렵습니다

→ 마지막은 조금 고비입니다

→ 마지막은 살짝 힘듭니다

45쪽


뿔녀, 이쪽에서 같이 먹자

→ 뿔순이, 이쪽서 같이 먹자

→ 뿔님, 이쪽에서 같이 먹자

72쪽


하지만 누군가가 제어하지 않으면 세계가 끝나버리니까요

→ 그러나 누가 막지 않으면 온누리가 끝나버리니까요

→ 그런데 누가 손대지 않으면 모두 끝나버리니까요

89


앞으로 그 모습으로 집단생활을 해야 한다는 거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함께살아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같이살아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어울려야 하지

→ 앞으로 그 모습으로 모둠살이를 해야 하지

113쪽


엄마적 관점으로는 어떠신가요

→ 엄마는 어떻게 보시나요

→ 엄마는 어떠신가요

→ 엄마가 보기에는요

115


속행이야? 루리는?

→ 이어해? 루리는?

→ 이어가? 루리는?

→ 그대로? 루리는?

12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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