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유아동반차량



  모처럼 칙폭길을 탄다. 순천서 공주 가는 칸에 빈자리가 없다. 이렇게 많이들 다니는구나. 나는 몇 안 남은 칸 가운데 아이칸(유아동반차량)을 고른다. 여태 칙폭길을 달리며 느낀 바로는 어린이나 아기는 안 시끄럽다. ‘어른답지 않은 이’야말로 시끄럽고 어수선하고 거칠고 사납다. 아기나 아이는 옹알옹알 조잘조잘 싱그럽게 노래하는 소리를 터뜨리고 베푼다. 이와 달리, ‘안 어른다운 이’는 시끄럽고 손전화를 크게 틀고 장난이 아니다.


  문득 ‘엄마’는 아기나 아이를 데리고서 멀쩡히 잘 다니는데, ‘아빠’는 어쩐지 아기도 아이도 거의 못 데리고 다닌다고 느낀다. 아들만 셋인데 막내는 아기인 세 아이를 혼자 데리고 마실하는 아빠를 이레 앞서 보았다. 엄마라면 흔한 일이되, 아빠라면 거의 못 하거나 안 한다. 또는 엄마라면 아빠한테 미루기 어렵되, 아빠라면 으레 엄마한테 미루기 일쑤이다. 아니면 엄마라면 그저 받아들이되, 아빠라면 굳이 안 받아들이려 한다.


  아빠가 처음부터 아기나 아이를 못 돌보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저 틈(기회)이 없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아빠한테 ‘아기틈(아기를 사랑으로 돌볼 틈)’과 ‘아이틈(아이랑 신나게 뛰놀 틈)’을 베풀어야지 싶다. 엄마한테는 여느때에 놀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라 하고서, 슬그머니 나라일(정치·경제·문화·행정·교육)을 맡겨야지 싶다. 잘 놀고 노래하고 쉬고 웃고 떠드는 나날을 누린 어른이어야 어질게 나라일과 온살림을 꾸린다고 본다. 아빠란 자리에 있는 분이 으레 떠넘기고 미룬 ‘살림·집일’을 오롯이 떠맡아야 하던 엄마란 자리란, 좋건 싫건 온일과 온살림을 해온 길이다. 이제 집살림·집안일은 아빠가 도맡으면서 나라일·고을일은 엄마가 꾸려서 이 나라를 아름길로 갈아엎는 곳에서 즐겁게 사랑을 쏟으라고 북돋아야지 싶다.


  여태껏 모든 나라는 엄마가 돌보고 가꾼다. 낳고 먹이고 돌보고 입히고 가르친 몫은 여태 엄마였다. 온누리 모든 아이는 여태 엄마한테서 말을 익히면서 마음을 살찌웠다. 아들도 딸도 언제나 엄마가 품고 안고 달래고 이끌어 왔기에,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이럭저럭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이리하여, 이제부터 아빠는 엄마 곁에서 함께 놀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아기랑 아이를 맡으면 된다. 이제야말로 아빠는 집안일과 집살림을 웃음춤으로 도맡으면서 나라살림(국가경영)과 고을살림(지역자치)을 어진 어른인 엄마가 품고 안고 달래고 이끌라고 풀어놓아야지 싶다.


  다가오는 2026년 6월부터 ‘모든 사내(아저씨)’는 ‘그만두기(불출마)’를 하고서, 모든 고을지기(지자체장)는 엄마가 맡을 노릇이지 싶다. 다만, 이쪽이나 저쪽이라는 무리(정당)가 아닌, 어느 무리에도 몸담지 않은, 그저 수수한 엄마가 판갈이를 할 때라고 본다. 어린이는 혼자서 놀다가 이따금 동무를 불러서 함께 놀기는 하지만, 어떤 어린이도 무리(정당)를 이루어 담벼락을 세우거나 끼리끼리 노닥거리지 않는다. 우리는 엄마랑 어린이한테서 배우는 오늘이어야 할 노릇이다.


  아름나라(민주공화국)로 들어서는 첫걸음이라면, 나라지기(대통령)와 벼슬아치(국회의원·고위공무원·장관·기관장)부터 밑일삯(최저임금)으로 일자리를 맡는 틀부터 세울 만하다고 본다. ‘밑일삯(최저임금) + 길삯(교통카드) + 두바퀴(자전거)’만 나라지기하고 벼슬아치한테 베풀 때라야, 그리고 나라일을 맡을 적에는 어느 무리에도 몸담지 않아야, 어린이와 푸름이를 돌아보는 새길을 연다고 느낀다. 안 걸어다니고, 두바퀴를 안 달리고, 여느길(대중교통)로 안 다니는 벼슬아치이기에 삶(민생)을 모르는 채 구름에 올라탄 딴나라 딴청 딴짓에 사로잡혀 왔다고 느낀다. 2026.2.1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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