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6
호시노 나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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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2.12.

바보와 사랑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6》

 호시노 나츠미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6.1.15.



  먼먼 옛날부터 ‘고양이사랑이’와 ‘고양이바보’는 늘 있습니다. 이와 나란히 ‘고양이미움이’에 ‘고양이사냥꾼’도 늘 있습니다. 고양이를 곁에 두거나 돌보기에 착하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꺼리거나 싫어하기 때문에 안 착하거나 안 훌륭하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 마음이 다를 뿐입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고양이 두드러기가 있는 이웃도 헤아리게 마련입니다. 또한 고양이 두드러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웃도 헤아릴 노릇입니다. 내가 풀밥을 즐긴대서 너도 풀밥을 즐겨야 하지 않습니다. 내가 고기밥을 즐기니까 너도 고기밥을 즐겨야 하지 않아요. 서로 다른 몸과 마음으로 서로 다르게 어울리는 집과 마을과 나라이면 됩니다. 서로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서로 몸과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살피면서, 이 터에서 나란히 살림하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을 노릇입니다.


  이 땅에서 전라도와 경상도는 다릅니다.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전라도는 들과 냇물이 드넓다면, 경상도는 메와 숲이 드넓어요. 숲들메가 다른 두 터전이니, 두 터전에서 오래오래 나고자라며 이어온 살림과 말씨가 다르고, 이렇게 다른 만큼 서로 바라보는 눈이나 길이 다를밖에 없습니다. 다르니까 다른 줄 헤아리고 받아들여서 “이곳에서는 이런 길을 푸르게 지어.” 하고 속삭이면 되고, “저곳에서는 저런 길을 푸르게 짓는구나.” 하고 배우면 됩니다.


  한글판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6》을 읽습니다. 첫걸음부터 스물여섯걸음까지 한결같이 ‘고양이사랑’인 아이어른이 나오고, 이 아이어른은 고양이랑 나이를 함께 먹습니다. 그런데 둘레에서는 ‘고양이사랑’인 사람들을 ‘고양이바보’로 여기곤 합니다. 이 그림꽃에 나오는 ‘꽃사내’ 셋은 다른 데에는 그닥 마음이 없이, 저마다 집에서 돌보는 고양이하고 겪은 일을 늘 즐겁게 수다꽃으로 피웁니다. ‘멀쩡한(?)’ 푸른사내 셋이 언제나 상냥하고 곱게 말을 가리면서 ‘고양이돌봄이’로 지내는 삶이란 드물다고 여길 수 있지만, 꼭 드물지 않습니다. 티내거나 드러내지 않을 뿐, 언제나 착하고 참하게 집안일에 앞장서면서 수수하고 조촐히 살림을 지으려는 사내도 무척 많습니다.


  얼뜨고 멍청한 사내도 수두룩합니다. 이와 맞물려 외곬로 치닫는 가시내도 수두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사납거나 모질거나 무시무시한 ‘그들’이 아닌, 우리가 저마다 작고 수수하고 즐겁게 짓는 살림꽃을 바라보면 넉넉합니다. 서로서로 상냥하고 참하면서 곱게 지피는 보금자리를 품으면 느긋해요.


  그림꽃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를 어린이집과 어린배움터뿐 아니라 푸른배움터에서도 곁책(참고도서)으로 삼아서 함께 읽고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토록 작고 수수하게 ‘사랑’과 ‘바보’ 사이를 오가는 착하고 참한 ‘사내’도 꽤 있다는 대목을 오늘날 ‘사내(어린이와 푸름이와 아저씨와 할아버지 모두)’들이 좀 눈여겨보고 들여다보고 바라보고 살펴보고 알아보도록 나긋나긋 북돋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얼뜨거나 어리석거나 모지리로 구는 숱한 사내가 아직 많습니다. 그래도 온나라 마을책집과 작은책집을 헤아리면서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작은사내도 제법 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마흔 살이나 예순 살 나이에도 종이(면허증)를 안 따고서 걸어다니는 조용한 사내도 꽤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작고 수수하면서 참한’, 그러니까 ‘사랑스러우면서 바보스러운’ 어진 이웃을 알아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아야지 싶습니다.


  제 열여덟 살 무렵을 곧잘 떠올립니다. 그무렵에 다른 또래(사내)는 하나같이 종이(운전면허증)를 따려고 서두르고 애썼어요. 저는 그때에나 오늘에나 종이를 딸 마음이 없을 뿐 아니라 “종이(면허증·자격증)를 따기 앞서 책부터 느긋이 즐겁게 읽을 노릇이면서, 착하고 조용하게 살림을 짓는 길부터 배울 일”이라고 봅니다. 집안일을 즐겁게 익히고 난 다음에 종이를 따도 안 늦습니다. 집살림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매무새를 들이고 난 다음에 종이를 따야 아름답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너무 서둘러서 종이를 따느라, 우리나라 어느 고장에 가더라도 마구마구 내달리거나 빵빵대는 쇳덩이가 넘치지 않나요? 모든 종이(운전면허증)는 ‘30살∼60살’ 사이에서 꼭 서른 해만 건사하라 하고서, 30살에 이를 때까지는 걸어다니거나 두바퀴(자전거)를 달리고, 예순 살을 넘으면 종이와 쇳덩이를 내려놓은 몸차림으로 뚜벅뚜벅 걸어서 책집마실을 다니라고 북돋우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빕니다.


  나이가 들었기에 종이(면허증)를 빼앗지 말고, 그냥 예순 살부터는 걸어다니거나 두바퀴를 달리거나 여느길(대중교통)을 타라고 하면 됩니다. 걸어야 마을을 보고, 집을 느끼고, 이웃을 알아챕니다. 걸어야 들꽃과 길고양이와 풀벌레와 새가 어우러진 작은숲을 알아챕니다. 걸어야 스스로 사람이라는 숨빛으로 반짝이는 줄 알아갑니다.


ㅍㄹㄴ


여기가 제일 마음이 놓여, 라고 생각하는 코우메였습니다. (10쪽)


“굉장하지 않아. 아기 고양이 때부터 이 집에서 자랐는데 아직 발톱 깎기 힘든 아이도 있어.” (38쪽)


“못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어. 여기서 누군가를 기다렸다가 달려들려고 그러지. 그럼 못써요. 나쁜 짓을 하면 나중에 자기한테 돌아올지도 몰라. 지금도 내가 못 보고 닫아버렸으면 코유키 넌 갇혔을 거야.” (62쪽)


“어머, 웬일이야. 왠지 평소보다 사이가 좋아 보이네?” (74쪽)


“고양이 얘기에 신난 남자애들 신기하다.” “좀 유명한 선배래. 큰소리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고양이바보 3인조라고.” (108쪽)


“혼자 산책할 때는 힘껏 잡아당기면 빠지는 타입으로 바꾸는 게 좋겠어.” “설마 목걸이가 걸릴 줄은 생각 못 했어요. 선배가 발견해서 다행이에요.” “아, 그거 내가 아니라 우리집 고양이야.” “네?” “치비가 여기 있다고 알리러 집까지 부르러 왔어. 이 아이 덕분에 빨리 구해줄 수 있었던 거야.” “도와달라고 부르러 갔다고요? 고양이인에 굉장해! 고마워.” (121쪽)



#キジトラ猫の小梅さん #ほしのなつみ #ねこぱんちコミックス


+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6》(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6)


모두의 도움을 받았으니 당분간 착하게 지내자고

→ 모두 도왔으니 한동안 착하게 지내자고

74쪽


고양이러버가 아니라 고양이바보라고 불리는구나

→ 고양이사랑이 아니라 고양이바보라고 하는구나

108쪽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얘길 나누는 것뿐인데

→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얘길할 뿐인데

→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말을 나눌 뿐인데

109쪽


왜 몸 위에 올라가는 거지?

→ 왜 몸에 올라가지?

→ 왜 몸을 타고 오르지?

128쪽


혹시 너무 졸려서 무심코 최단거리로 이동하려고 한 걸까

→ 설마 너무 졸려서 그냥 지름길로 가려고 하나

→ 너무 졸려서 문득 질러가려고 하나

→ 너무 졸려서 그저 빨리가려고 하나

128쪽


여기 있는 고양이들은 다들 스트릿 출신이야

→ 여기 있는 고양이는 다들 길내기야

→ 여기 있는 고양이는 다들 길에서 났어

→ 여기 있는 고양이는 다 길에서 자랐어

141쪽


“코우메, 작아졌네여.” “코유키가 커진 거야.”

→ “코우메, 작네여.” “코유키가 커.”

14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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