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남이 뭘 하든



나무가 잎을 낸들 나무가 하는 일이야. 첫봄나무는 첫봄에 꽃을 피우고 잎을 내. 한여름나무는 한여름에 꽃을 내지. 늦여름나무라면 늦여름에 꽃을 낼 테지. 다 다른 나무는 다 다른 철과 달과 날과 때를 살펴서 스스로 제 기운을 살려. 너는 다 다른 나무더러 “넌 왜 첫봄나무처럼 좀 일찍 꽃을 못 내니?” 하고 따질 까닭이 없어. “넌 왜 늦여름나무처럼 좀 느긋이 꽃을 안 밝혀?” 하고 나무랄 수 없지. 그러나 너는 으레 “넌 왜 저 사람처럼 일을 못 해?”라든지 “넌 왜 저 사람처럼 안 착하니?” 하고 말하기 일쑤로구나. ‘남처럼’ 일을 하거나 말을 하거나 돈을 벌거나 몸짓을 보이거나 할 까닭이 없어. 남과 같은 얼굴이나 몸매여야 하지 않아. 남과 같이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옷을 입어야 하지 않아. 남이 뭘 하든 남이야. 남이 아파트를 사서 깃드니까, 너도 아파트를 사서 살아야겠니? 남이 자가용을 몰거나 이름을 날리니까 너도 따라가야겠니? 너는 남이 하는 대로 흉내내야겠어? 남이 좋아하는 사람을 너도 좋아해야겠니? 남이 대학교에 가니 너도 대학교에 가야 하니? 남이 서울에서 사니까, 남이 유튜버를 하며 돈을 버니까, “남이! 남이! 남이!”라든지 “사회가! 학교가! 유명인이! 대통령이! 선생님이! 엄마아빠가! 아이들이!”라면서 ‘너(나)’는 온데간데없이 헤매야 할까? 남이 떠들면 너도 떠들어도 될까? 남이 이웃을 괴롭히거나 죽이니까 너도 따라해도 되니? 부디 네 몸에 붙은 ‘머리’로 ‘생각’을 하렴. 네 넋이 삶을 담는 그릇인 마음에 별빛부터 담고 햇빛을 고루 비추렴. 2026.1.23.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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