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 - 일과 육아 사이 흔들리며 성장한 10년의 기록
윤은숙 지음 / 이와우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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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2.1.

인문책시렁 472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

 윤은숙

 이와우

 2018.3.5.



  흔히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말합니다만, 이 말을 들을 적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주 틀리지는 않은 말이되, 썩 옳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어른이 아이를 키운다”하고 같은 말이거든요.


  저는 달리 말합니다. 이를테면 “아이가 어버이를 키운다”라든지 “아이가 엄마아빠를 가르친다”처럼요. “아이가 마을을 키운다”라든지 “아이가 나라를 키운다”라 말하고, “아이가 이 별을 키운다”라고도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 좀 제대로 알아보아야 합니다. 온마을이 마음을 모아서 “아이를 키울” 때가 아닙니다. 온마을이 마음을 모아서 “아이한테서 배울” 때입니다. 이리하여 “아이가 빛나는 꿈으로 씨앗 한 톨을 생각으로 심는 마을”로 바꿀 때입니다.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를 돌아봅니다. 아기를 낳고서 일멎이(경력단절)로 힘들 뿐 아니라, 아이를 어떻게 돌보면서 집살림을 꾸려야 할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뒤죽박죽 하루를 고스란히 풀어놓는 얼거리입니다. 아기를 낳지 않았다면, 아기를 돌보느라 일을 쉬지 않았다면, 일을 쉬고서 집에서 지내는 동안 집안일과 집살림을 잔뜩 짊어지지 않았다면, 글쓴이로서는 ‘아이’와 ‘삶’과 ‘집’을 하나도 모르는 채 글바치로만 지냈으리라 봅니다. 오늘날 숱한 글바치도 이와 같아요. 스스로 어떻게 태어나서 누가 어떻게 보살핀 손길을 받아서 ‘온갖 바깥일을 홀가분히 해낼’ 수 있는지 모르기 일쑤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마을이나 나라”는 안 나쁘되, 아이를 길들입니다. 이와 달리 “아이한테서 배우는 마을이나 나라”는 허술하거나 초라하거나 조그마할는지 모르나, 언제나 반짝반짝하면서 즐겁습니다. 어른이라서 위가 아니듯, 아이라서 위가 아닙니다. 아이어른은 늘 나란한 사이입니다. ‘어른’이란 자리는 길잡이가 아닙니다. ‘어른’이란 잘 듣고 잘 보고 잘 말하면서 잘 배우는 자리입니다. ‘아이’란 자리는 마냥 받아먹지 않습니다. ‘아이’는 늘 보고 늘 듣고 늘 말하면서 늘 가르치는 자리입니다. 아이는 끝없이 물어보거든요. 아이는 언제나 ‘왜?’ 하고 묻거든요. 아이가 묻는 ‘왜?’라서, 어른은 언제나 ‘왜냐하면!’ 하고 이야기를 풀어내야 합니다.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른이 아닙니다. 아이가 ‘왜?’ 하고 묻는 모든 말을 그때그때 ‘왜냐하면!’ 하고 풀어낼 줄 알아야 어른입니다. 또한, ‘왜?’ 하고 묻는 아이한테 “그래, 그 일이 궁금하구나. 곧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런데 넌 어떻게 여기거나 보거나 생각하는지 먼저 들려주겠니? 네 이야기를 듣고서 알려줄게.” 하고 속삭일 줄 알아야 어른입니다. 아이가 뭘 물어볼 적에는 이미 아이 스스로 마음에 ‘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묻는 모든 말에는 “왜 그래? 좀 아닌데?” 하는 마음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를 길들이는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 같은 말은 말끔히 내려놓을 때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피어나는 “마을 모두 아이한테서 배운다”로 거듭날 때입니다. 어떤 아이라도 ‘졸업장’을 바라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라도 “책상맡에 얌전히 앉아서 마냥 듣기”만을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는 스스로 뛰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뛰놀며 꿈꿀 아이한테 쓰레기(스마트폰)부터 쥐어주는 그대이지 않나요? 허울로는 ‘똑똑이(스마트)’라고 하지만, 겉멋만 가득한 쓰레기를 아이 손에 쥐어준 그대는 ‘어른’도 ‘어버이’도 아닌 ‘얼간이’일 뿐입니다. 아이는 맨손으로 모두 스스로 짓고 빚고 가꾸고 돌보면서 온누리를 사랑하는 빛살을 어른과 어버이한테 가르치는 하루를 살아낼 노릇입니다.


ㅍㄹㄴ


내가 당연하게 누렸던 맛있는 밥과 깨끗한 옷과 정돈된 집은 모두 엄마의 젊음에 빚을 지고 있었다. 무려 30년이나 엄마의 삶을 갉아먹으며 살았으면서도 나는 엄마가 되고서야 비로소 그 빚의 무게를 볼 수 있었다. (50쪽)


“엄마 회사 그만뒀으면 좋겠다더니?”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기왕 다닐 거면 높은 데까지 올라가 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84쪽)


엄마는 그날 내내 내가 아이를 쥐 잡듯 코너로 몰았다고 말했다. 차에 타면서도 물건을 사면서도 아이의 작은 실수를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 언제부터인가 아들은 묻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엄마는 나를 사랑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것이리라. 느낄 수 있었으리라. (146, 147쪽)


소원을 묻자, 첫째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세계평화.” 응? 엉뚱한 대답을 잘 내놓는 첫째였다. 그래도 세계평화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새해 소원이었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 알고 있지? 정말 난 그런 걸 원한다구. 세상에 정말 전쟁은 없었으면 좋겠어.” (150쪽)


아이에게 입학 뒤 처음으로 엄청난 분노를 터뜨린 그날, 아이의 눈물 고인 새빨간 두 눈에서 읽은 것은 ‘두려움’이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자격으로 이 아이를 이렇게 겁에 질리게 한 것일까? (162쪽)


엄마는 그렇게 아들 낳지 못한 며느리였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했다고 내게 고백한 적이 있다. (193쪽)


+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윤은숙, 이와우, 2018)


책 쓰기를 권유하신 편집자분의 말 한 마디가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 책쓰기를 여준 엮음이 한 마디로 나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 책을 쓰라 여쭌 엮음이 말 한 마디에 나를 다시 생각하였다

6쪽


내 엄마, 믿기지 않는 양의 사랑을 퍼부으며 여섯 명의 딸을 키워낸 엄마

→ 울 엄마, 믿기지 않도록 사랑을 퍼부으며 여섯 딸을 키워낸 엄마

→ 우리 엄마, 못 믿을 만큼 사랑을 퍼부으며 딸 여섯을 키워낸 엄마

11쪽


흔히 산후우울증으로 불리는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은 엄마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일 정도로 흔하다

→ 배내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가슴아플 만큼 흔하다

→ 아기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괴로울 만큼 흔하다

→ 속앓이에 시달린 엄마들 이야기는 마음아플 만큼 흔하다

21쪽


잠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틈틈이 방구석에 쪼그리고

→ 잠이 모자라면서도 틈틈이 바닥에 쪼그리고

→ 졸리면서도 틈틈이 자리에 쪼그리고

27쪽


여든 평생을 날씬한 몸으로 살아온 엄마는 나의 사자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 여든 해를 날씬한 몸으로 살아온 엄마는 내가 외쳐도 아무렇지 않은 채

→ 여든 살을 날씬하게 살아온 엄마는 내가 푸념해도 아무렇지 않은 채

32쪽


이 말도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 이 말도 나한테는 맞닿지 않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와닿지 않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안 닿았다

→ 이 말도 나한테는 안 어울렸다

33쪽


엄마가 사정이 있어 참관수업에 못 간다는 이야기를 해두었다

→ 엄마가 일이 있어 배움보기에 못 간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 엄마가 일 탓에 배움구경에 못 간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88쪽


아이에게 화를 낼 일도 적어졌다

→ 아이한테 불낼 일도 줄었다

→ 아이한테 발칵할 일도 준다

99쪽


원양어선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던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 먼바닷배를 타고 온누리를 돌아다니던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 먼고깃배를 타고 뭇나라를 돌아다니던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102쪽


그러니까 세계평화가 필요하지

→ 그러니까 함께살아야지

→ 그러니까 온사랑을 바라지

→ 그러니까 어깨동무를 해야지

→ 그러니까 너나하나로 가야지

151쪽


여섯 살로 접어드는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고

→ 여섯 살로 접어드는 딸은 문득 깨달았다고

→ 여섯 살로 접어드는 아이는 문득 깨달았다고

152쪽


키뿐만 아니라 생각의 영토도 키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키뿐만 아니라 생각밭도 키워간다고 느꼈다

→ 키뿐만 아니라 생각도 키워간다고 보았다

154쪽


엄마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가끔씩 ‘욱’ 엄마와 접신하여 아이를 크게 혼내는 일들이 생겼다

→ 엄마 흉내를 하다가도 가끔 ‘욱’ 하며 아이를 크게 나무라곤 했다

→ 엄마 시늉을 하다가도 가끔 ‘욱’ 하며 아이를 타박하곤 했다

163쪽


내 몸과 찰떡궁합인 가공육류도 일정 정도를 넘으니 물렸다

→ 내 몸과 찰떡인 고기떡도 어느 만큼 넘으니 물린다

→ 내 몸과 찰떡인 손질고기도 웬만큼 넘으니 물린다

18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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