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잎이 지는
잎이 지면, 풀과 나무가 자란다는 뜻이야. 늘푸른나무는 잎갈이를 하려고 오래잎을 떨궈. 갈잎나무는 잠들고서 꿈을 그리려고 한해잎을 떨궈. 이렇게 잎을 떨구기에 새잎이 돋을 틈이 나지. 게다가 오래잎·한해잎은 나무뿌리가 뻗은 자리를 소복히 덮으면서 포근하게 돌보고, 이 잎은 어느새 새흙으로 돌아간단다. 사람은 머리카락이 톡 빠지면서 새 머리카락이 돋아. 더듬이 노릇을 하던 머리카락은 땅으로 돌아가서 사르르 풀려. 새로 돋은 머리카락은 새바람을 마시면서 땅바닥도 뒹굴고 바람도 타고 풀잎이나 나무줄기도 스치는데, 작은새가 슬쩍 집어서 둥지를 틀 적에 밑감으로도 삼아. 둥지 밑감으로 쓰이는 머리카락은 기뻐서 들뜨지. 새길을 가며 이렇게 또 하나를 더 배우기에 설레. 뒹굴거나 쌓이다가 가만히 잠들고 풀려서 흙으로 돌아가는 머리카락은 차분하단다. 참하게 녹으면서 앞으로 맞이할 새길을 두근두근 맞이해. ‘지는 잎’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알아가는 새길인지 궁금하면, 네 머리카락이 네 몸을 떠나서 어떤 길을 어떻게 거치는지 하나씩 짚으면 돼. 풀과 꽃과 나무가 매다는 잎이 어떤 몫이자 길이고 빛인지 궁금하면, 네 머리카락이 네 몸에서 어떤 노릇으로 있는지 차근차근 돌아보면 돼. 잎이 돋으면서 삶길을 열어. 잎이 지면서 삶길을 맺어. 온잎으로 해바람비를 듬뿍 받아들이기에 풀꽃나무가 싱그럽고 튼튼하게 자라서 열매를 맺고 씨앗을 품어. 넌 사람으로서 머리카락을 어떻게 느낄까? 넌 네 머리카락을 어떻게 보듬으며 이 삶을 배울까? 한겨울에 잎이 푸르단다. 2026.1.1.나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