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등짐이 없는
등짐이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아. 손짐도 어깨짐도 없는 사람이 많아. 무슨 짐 하나도 안 드는 사람이 많아. 가볍게 다니려고 맨몸일 수 있고, 온몸으로 온누리를 고스란히 느끼고 읽고 배우고 익히고 누리려는 뜻으로 맨몸일 수 있어. 그냥 짐이 무겁거나 성가시다고 여겨서 맨몸일 수 있어. 스스로 짊어질 마음이 없고, 몸을 뽐내려고 맨몸일 수 있어. 그러면 둘레를 봐. 누가 왜 등짐을 멜까? 누가 왜 여러 가지를 챙기면서 등에 지고서 다닐까? 등짐차림인 사람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나누려는 하루일까? 맡은 짐이 없는 맨몸차림일 적에는 누가 짐을 맡아서 움직일까?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니? 등짐차림인 사람은 집에서 어떻게 지낼까? 맨몸차림인 사람은 집에서 무엇을 할까? 마냥 무겁거나 성가시다고 여겨서 짐을 치울 수 있어. 기꺼이 맡으면서 둘레를 돌보려고 짐을 챙길 수 있어. 이모저모 빚고 짓고 가꾼 살림을 나누고 누리려고 짊어질 수 있지. 여태 일군 열매를 두루 펴고 베풀려고 짐을 꾸릴 만해. 등짐이 있기에 훌륭하지 않고, 등짐이 없기에 가볍지 않아. 모든 다른 때와 자리를 스스로 살펴서 움직일 일이란다. 누가 어떻게 입방아를 찧거나 말거나 네 길을 가야 해. 남이 어떻게 하든 말든 너는 네 살림을 여미는 하루를 살 노릇이야. 넌 언제 등짐을 꾸리니? 넌 언제 맨몸차림이니? 네 등짐에 무엇을 담아? 넌 맨몸으로 어디를 다니면서 무엇을 하니? 바람은 맨몸으로 다니듯 해도, 구름을 안거나 새를 태워. 때로는 큰날개에 집채도 싣지. 바람처럼 등짐을 하면 돼. 2025.12.31.물.
ㅍ 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