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그림책 - 아이들과 함께한 그림책 시간
황유진 지음 / 메멘토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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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별꽃 2/5를 붙이기 어려워서 1/5를 붙인다.

너그러이 헤아리시기를 빈다.

무엇보다도 '그림책'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짚고서

천천히 누리기를 빌 뿐이다.

.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21.

까칠읽기 119


《너는 나의 그림책》

 황유진

 메멘토

 2021.3.22.



  모든 어버이나 어른이 《바바파파》를 알아보아야 하지는 않다만, 《바바파파》를 마음으로 가만히 받아들이고 누리지 못 하는 눈길이라면, 아이곁에서 그림책을 함께 읽고 노래하는 하루하고는 퍽 멀지 않을까? 《바바파파》에 나오는 ‘바바파파’를 비롯해서 ‘바바마마’와 모든 ‘바바네 아이들’은 언제나 함께하면서 놀이도 일도 살림도 나들이도 새길도 나란히 엮고 맺고 풀면서 어울린다. 온누리 모든 아이는 이 자그마한 그림책에 나오는 ‘바바네’처럼 사랑스레 일구는 보금자리에서 그저 따뜻하고 즐겁게 웃고 울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하루를 바라면서 태어난다.


  이 그림책은 이래서 좋다든지 저 그림책은 저래서 좋다고 말할 까닭이 없다. 모든 그림책은 다 다르게 마련이되, 요즈음은 어쩐지 ‘지식그림책·교훈그림책·감성그림책·감정그림책·위로그림책·어른끼리그림책’이 지나치게 쏟아진다. 이러면서 “그저 그림책”인 수수한 그림책이 잊히거나 밀리거나 사라진다.


  그림책을 왜 읽고 읽히는가? ‘조기교육’이나 ‘문해력’이나 ‘인성교육’인가? ‘그림책테라피 자격증’을 따서 돈벌이를 하나?


  그림책은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 다독이면서 가다듬는 길에 동무한다. 그림책은 어버이와 둘레 어른이 늘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뿐 아니라 얄궂고 어리석은 모습을 새삼스레 녹이고 풀면서, 아이 스스로 새길을 짓는 마음씨앗을 북돋운다. “착한 아이로 키우는 그림책”이지 않다. “착하거나 나쁘다는 모든 겉이름”을 털어내면서 “아이로서 아이라는 오늘을 노래하는 기쁜 마음”을 담아내어 나누기에 그림책 한 자락이다.


  《너는 나의 그림책》을 읽자니, 내내 투정과 탓과 타령이 흐른다. 아이곁에 있던 나날을 글쓴이 스스로 “내 수고”라고 밝히는 대목에서 덜컥했다. 어떻게 이런 마음으로 아이를 ‘돌봤다(육아)’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수고’를 하려고 아이를 낳거나 돌보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살림’을 하면서 ‘삶’을 함께 나누려고 아이를 낳고 돌보면서 하루를 지낸다.


  곁이나 옆이나 둘레에서 짝꿍(거의 아버지·사내)이 집일을 안 하거나 안 돕더라도, 집일을 안 하거나 안 돕는 ‘얼뜨기’를 쳐다볼 일이란 없다.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사람은 아이를 바라볼 노릇이고,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하루를 날마다 끝없이 짝꿍한테 들려주고 속삭이면 된다. 아이살림을 날마다 들으면서도 집일을 안 맡거나 안 돕는 짝꿍이라면 “철이 안 든 얼뜨기”일 뿐이다.


  처음 태어난 그림책부터 오늘날에도 새롭게 태어나는 모든 아름다운 그림책은 ‘부스러기(지식·정보)’가 아닌 ‘삶·살림·사랑·숲·사람·사이’라고 하는 빛줄기를 다루고 담으면서 들려준다. 그림책을 펴내는 곳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더라도(보도자료·신문기사) 이런 말소리는 아랑곳하지 않아야 한다. 오직 이 그림책 한 자락에 ‘삶·살림·사랑·숲·사람·사이’가 흐르는지 안 흐르는지 지켜볼 노릇이고, 어른과 어버이로서 걸러낼 일이다.


  적잖은 어른과 어버이는 아이들이 왜 《바바파파》라든지 ‘닥터 수스’에 그토록 꽂혀서 품고 사랑하는지 못 알아채곤 한다. 《생쥐와 고래》뿐 아니라 《슈렉》이 어떤 속뜻이며 사랑인지 못 읽거나 안 들여다보는 어른과 어버이도 수두룩하다. 엘사 베스코브 같은 분은 늘 이녁 아이를 그림책에 담아서 아이한테 베풀었다. 함께 살아가는 모든 하루가 저절로 그림책에 녹아들 적에 가만히 빛난다. 그림책은 ‘귀염귀염 그림’을 마구 쏟아내는 ‘캐릭터북’이어서는 안 된다. ‘귀염귀염 캐릭터북’은 책집과 책숲과 보금자리와 배움터에서 몽땅 걷어치워야 한다. 다 다른 모든 아이가 다 다르게 사랑스러운 줄 안다면, “귀염귀염 캐릭터”를 ‘좋아할’수록 그림책하고도 멀 뿐 아니라, 서로(다양성) 아끼는(존중) 마음하고도 담을 쌓고야 만다.


  귀염그림이 아닌, 가르침(교훈)이 아닌, 하루 내내 찰싹 달라붙어서 놀며 수다를 떨어도 늘 즐거운 사이로 지내고 싶은 아이 눈빛을 읽을 때라야 비로소 누구나 그림책을 읽어낼 만하다고 본다. 그림책은 아무나 쓰거나 그리거나 펴내면 안 되고, 아무나 아무렇게나 추켜세우거나 팔아치워서도 안 된다. 그림책은 오직 오롯이 아이하고 “한 해 내내 온하루를 붙어살며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즐겁고 상냥하며 어진 어른”이 그저 사랑으로 쓰고 그리고 펴내고 나누고 읽고 이야기할 노릇이다.


ㅍㄹㄴ


15개월에 육아 도우미와 둘이 있어야 했던 언니에 비하면 너는 엄마랑 얼마나 오래 붙어 있는지 알아? 너는 내 수고를 알아주지도 않고 왜 더 해달라고만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아등바등하면서 일을 찾고 너희도 키우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억울한 마음이 한숨으로 외침으로 짜증으로 변해 아이에게 던져졌다. (73쪽)


그렇게 두 둘 무렵 첫째는 쓰레기통에서 살아 돌아온 바바파파를 만났다. 첫째가 그토록 집요한 아이인 줄을 그때 처음 알았다. 책 읽어달라고 가져올 때마다 아이의 손에 바바파파가 들려 있었다. 읽고 또 읽고, 앉아서 읽고 누워서 읽고, 엄마 입에서는 단내가 날 지경인데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더 읽어달라 했다. 이게 뭐 그리 특별히 재미있지? 몸을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게 재미있나? 성향이 모두 다른 인물들 때문에 재미있는 건가? (82쪽)


우리 집 자매들은 자기에게 얽힌 옛이야기 듣기를 좋아한다. 듣는 내내 행복해한다. (277쪽)


+


《너는 나의 그림책》(황유진, 메멘토, 2021)


별 가루처럼 뿌려주는 게 나의 몫이었으니

→ 나는 별가루처럼 뿌리는 몫이니

→ 나는 별가루처럼 뿌리면 되니

7쪽


태담을 많이 들려주면 아이 정서 발달에 좋다는데, 내게 태담은 아기를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 배냇말을 많이 들려주면 아이가 잘 큰다는데, 나는 아기 때문에 배냇말을 하지 않았다

→ 속말을 꾸준히 들려주면 아이한테 이바지한다는데, 난 아기한테 속말을 하지 않았다

17쪽


엄마가 되는 것의 맨 처음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라니

→ 엄마가 되려면 처음에 아이 이름을 불러야 한다니

→ 아이 이름을 부를 때에 비로소 엄마라니

→ 아이 이름을 불러야 드디어 엄마라니

19쪽


전작 《어른의 그림책》에도 썼지만

→ 앞서 《어른 그림책》에도 썼지만

→ 《어른끼리 그림책》에도 썼지만

22쪽


만남이 바로 열렬한 사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 만나서 바로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 만나자마자 타오르지는 않았다

→ 만날 때부터 사랑하지는 않았다

22쪽


나의 욕구에 충실한 나로 존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말이었다

→ 내가 바라는 나로 살려면 먼저 말을 해야 했다

→ 내 마음에 따르려면 말부터 해야 했다

→ 나는 무엇보다 말부터 하고 싶었다

23쪽


우리 집 책장은 아무래도 내 취향대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 우리집 책칸은 아무래도 내 눈길대로 짜게 마련이다

→ 우리집 책꽂이는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대로 놓는다

45쪽


부모의 의지가 굳건해도 도서관에 영유아를 데려가기란 영 쉽지 않다

→ 어버이 뜻이 굳건해도 책숲에 아이를 데려가기란 영 쉽지 않다

→ 엄마아빠가 굳건해도 책숲에 어린이를 데려가기란 영 쉽지 않다

46쪽


억울한 마음이 한숨으로 외침으로 짜증으로 변해 아이에게 던져졌다

→ 갑갑해서 아이한테 한숨짓고 외치고 짜증냈다

→ 답답해서 아이한테 한숨짓고 외치고 짜증냈다

73


세상 사람들이 각각 얼마나 고유한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 누구나 얼마나 다른지 차분하게 헤아려 보았다

→ 모두가 얼마나 빛나는지 골똘히 돌아보았다

→ 모든 사람이 어떤 빛인지 가만히 곱새겼다

100


남편은 이면지에 끼적거리며 코딩을 하고 있었다

→ 곁님은 뒷종이에 끼적거리며 틀을 짠다

→ 짝궁은 되종이에 끼적거리며 틀을 입힌다

197쪽


많은 그림책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 그림책이 잔뜩 나오다 보니

→ 그림책이 쏟아지다 보니

30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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