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1.15.
숨은책 1043
《슈바이처의 生涯와 思想》
슈바이처 글
이일선 엮음
사상계사
1954.6.25.
‘띠종이’를 어느 나라에서 처음 선보였는지 모를 노릇이되, 일본에서 억수로 흔히 씁니다. 일본은 아예 겉싸개를 따로 마련해서 속책을 돌봅니다. 겉싸개가 다치면 겉종이만 바꾸거든요. 종이를 알뜰히 여기는 손길입니다. 더구나 숱한 일본 읽새(독자)는 겉종이를 벗겨서 ‘천싸개’를 씌워 읽고는, 다 읽은 책에 말끔한 책싸개를 도로 씌워 “마치 손을 안 댄 새책”처럼 건사합니다. 장준하 님이 세운 ‘사상계사’에서 어느 책을 처음 펴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슈바이처의 生涯와 思想》은 1954년에 나오고, 띠종이를 두릅니다. “長石 藏書 498”처럼 속에 글씨가 남아요. 지난날 이 책을 간수한 분은 책이 안 다치거나 덜 다치기를 바라며 고이 두었습니다. 겉에는 온통 한자를 바르지만, 속에는 한자를 묶은칸에 넣습니다. 겉속 모두 나란히 쉽게 한글로 적는다면 한결 나을 텐데, 지난날 붓바치는 이 대목을 못 헤아리곤 했습니다. 이미 일본나라(일제강점기) 무렵에 일본한자말에 길들었거든요. 이를테면 “슈바이처 삶과 넋”처럼 단출히 책이름을 못 붙입니다. 오늘날이라면 ‘사상계’ 같은 이름도 ‘생각밭’이며 ‘마음밭’에 ‘생각길·생각누리·마음누리·마음길’처럼 붙이면서 읽새를 한껏 넓힐 만하리라고 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