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1.13.
숨은책 987
《여의주 칼럼》
홍보실 엮음
쌍용그룹
1984.9.1.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우리집에 ‘쌍용 사외보’가 다달이 왔습니다. 아마 아버지가 받아보았을 텐데, 2000년에 들어설 즈음까지 숱한 큰일터(대기업)는 달책(사외보·무료배포 월간지)을 펴내어 온나라에 엄청나게 뿌렸습니다. 1980∼90해무렵에 가장 많이 뿌린 줄 압니다. 떠난 우두머리를 이은 새 우두머리가 이 땅에서 무슨 짓을 일삼든 눈감고서 ‘좋은말’만 좋게좋게 하라는 속뜻이었다고 느낍니다. 그들(대기업)은 ‘왼오른을 아울러’서 ‘좋은글’을 받으려고 무척 용썼고, 이따금 뜬금없다 싶은 어른들 글을 만나곤 했습니다. “사보 ‘쌍용’ 통권 100호 발간기념·별책부록”인 《여의주 칼럼》은 ‘안파는책(비매품)’인데 ‘부산 학사서점’ 종이가 붙었습니다. 이미 ‘달책(대기업 무료배포 사외보)’은 책싸개나 헌종이(폐품)로 다 썼기에 저한테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만, 예전에 누구 글을 실었나 돌아보려고 들추니, 송건호·이오덕 같은 이름이 보입니다. 게다가 1979년에 두 분 글을 실었다니 놀랍군요. 비록 그들(대기업)이 다른 그들(독재자)과 나란히 길을 걸었어도, ‘달책 일꾼(사외보 편집자)’은 몰래 곧은소리를 실으려고 힘썼구나 싶습니다.
ㅍㄹㄴ
발등과 손가락과 얼굴의 차례로 입은 내 상처는 일과 장난과 놀이로 자라던 어린 시절이 남긴 표적이다. 나는 이런 상처를 입음으로서 지금의 나로 성장한 것이 틀림없다. 요즘 아이들은 상처 없이 고이 자라나는 듯 보인다. 도시 아이들은 낫이고 호미고 도끼 같은 걸 쓰는 것은 물론이고, 저들이 먹는 쌀이나 갑자기 어떻게 생겨나는지도 모르지만, 농촌 아이들조차 장작이 없으니 도끼를 잡을 줄 모르고, 보리농사가 쇠퇴해지고 보니 보리 베는 일도 드물고, 보릿짚 가리도 찾기 힘들게 되었다. (22쪽/이오덕·국민학교 교장 1979)
유난스레 남녀평등, 아니 여남평등(女男平等)을 주장하던 E. 거기다 심하게 말하면 첨단을 치닫는 개방성과 거침없는 솔직한 성격. 군대와 더불어 수직적인 사회라는 직장에서 과연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무척 걱정이 되었다. 물론 강제나 강권이 있을 리는 없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시멘트 회사의 딱딱하고 견고한 보수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296쪽/유순옥·한진출판사 198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