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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ㅣ 모악시인선 19
박태건 지음 / 모악 / 2020년 8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1.9.
노래책시렁 531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박태건
모악
2020.8.31.
새도 벌레도 노래하지만, 쥐도 뱀도 노래합니다. 사람과 다르게 소리를 내고, 가락을 입히며, 하루를 살아가는 숨결이 흐릅니다. 눈을 감고서 바라보면 구름빛을 느끼면서 바람가락을 알아채고 볕살마다 출렁이는 이야기를 느낄 만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큰고장 부릉부릉 왁자지껄한 길거리도 노래판입니다. 매캐하게 일어날 뿐 아니라, 들숲메바다를 몽땅 잊은 서울도 시끌시끌한 쿵쿵질로 노래입니다.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를 읽는데, 젖고랑을 지난다는 땀방울을 구경한다든지, 경주 현대호텔에서 보임틀을 쳐다본다든지, 냇가에서 메기를 굽는다든지, 어쩐지 별나라 삶 같습니다. 손수 토란대를 삶아서 다듬는 손길이 아니고, 몸소 메기랑 멧골에서 헤엄치는 삶길이 아니고, 부채나무(은행나무)하고 한마음으로 어울리는 가락이 아닌 채 구경하는 붓끝이 휘날리는구나 싶습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모든 삶은 글로 담아서 가락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때에 가만히 짚을 수 있기를 바라요. 그냥그냥 모든 소리를 슬쩍 매만져서 ‘시’라고 내놓는지, 아니면 온몸으로 푸른땀빛으로 일구는 하루를 고스란히 옮겨서 ‘노래’로 부르는지, 이제는 처음부터 다시 헤아릴 때라고 봅니다.
ㅍㄹㄴ
은행나무는 트럼펫을 품었다 참새 떼가 날아간 자리 젖은 글씨로 번진다 먼 하늘을 건너온 한 사내가 접을 붙이기 위해 가지를 자른다 가지가 잘릴 때마다 사내가 디디고 선, 한 뼘 하늘이 흔들린다 (트럼펫 나무/38쪽)
여자가 마루에 앉아 토란대를 다듬는다 / 늘어진 메리야스를 입은 여자처럼 // 푹, 삶은 토란대가 벗겨질 때마다 / 여자의 목덜미에 땀이 흐른다 // 젖고랑을 지나 아랫배에 살집으로 스미는 기억이 / 길을 찾아가는 여름밤 (토란대/42쪽)
경주 현대호텔 722호 욕조에서 나는 왕가의 사생활이 궁금해졌다. 거실의 TV는 오호츠크 해에서 발달한 기단을 타고 아무르 강을 건너는 중이다 (호텔 욕조에서의 명상/54쪽)
강가에서 메기를 굽는다 / 메기는 돌 모서리마다 몸을 비벼대느라 / 비늘이 없다 / 누군가 숯불을 피우는지 / 비늘 속처럼 환한 저녁 놀 / 가족을 부르는 소리, 강물 위로 성긴 그물을 편다 (메기 굽는 저녁/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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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박태건, 모악, 2020)
빗방울처럼 외로워질 것이니
→ 빗방울처럼 외로울 테니
25쪽
콧노래를 불렀다 리드미컬하게
→ 콧노래를 불렀다 가볍게
→ 콧노래를 불렀다 신나게
→ 콧노래를 불렀다 구성지게
34쪽
송화가루 날리면
→ 솔꽃가루 날리면
41쪽
캄캄한 말들이 달려온다
→ 캄캄한 말이 달려온다
51쪽
빛의 환이 그려진다
→ 빛고리를 그린다
→ 빛가락지를 그린다
→ 빛이 둥글다
→ 빛이 동그랗다
68쪽
지금의 나와 이십 년 전의 내가 이열종대로 광주 간다
→ 오늘 나와 스무 해 앞선 내가 두줄로 광주 간다
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