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1.9.

숨은책 1114


《論註 月印千江之曲 上》

 박병채 글

 정음사

 1974.3.10.



  열일곱 살을 앞둔 1990년에 뭇언니가 살살 놀립니다. “이제 고등학교에 가면 중학교하고는 견줄 수 없이 힘들걸?” 이모저모 보면, 우리는 어린이·푸름이·젊은이로 잇는 ‘즐거울 배움길’을 그만 ‘지치고 괴로운 죽음길’로 몰아넣습니다. 이제는 이 불늪 같은 죽음길이 살짝 누그러졌다지만 ‘누그러진 불늪’일 뿐 외려 담벼락이 더 높다고 할 만합니다. 뭇언니가 왜 ‘고전문법’을 ‘고문’이라 줄여서 말했는지 알아채면서 ‘고전문학’을 배우는데 《월인천강지곡》 몇 대목을 가르치는 길잡이도 스스로 버거워 노상 땀을 뺐습니다. 우리 이야기도 아닌 중국 이야기를 왜 배워야 할까요? 1400년이나 1500년에 우리 옛사람이 어떻게 살아오고 살림했는가 같은 이야기는 없이, 그저 중국섬김질(중국사대주의)로 가득한 글을 ‘우리옛글’이라 해도 될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그러나 불늪을 치르려면 배움책에 나오는 한두 꼭지로는 모자랍니다. 따로 《論註 月印千江之曲》 같은 책을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머리를 쥐어짜며 혼자 읽고 새겼습니다. 이 헌책을 예전에 읽은 분도 틀림없이 머리에 쥐가 났을 만합니다. 삶글도 살림글도 사랑글도 숲글도 아닌, ‘훈민정음’으로 옮겼을 뿐인 먼먼 임금과 얽힌 토막글은 누구한테 이바지할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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