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걷는읽기 2025.12.13.흙.



너는 뚜벅뚜벅 걸으면서 또박또박 읽을 수 있어. 손에 책을 쥐고서 ‘걷는읽기’를 할 만해. 바쁘기에 ‘걷는읽기’를 하지 않아. 둘레에 숲이 없거나 들이 멀거나 바다가 안 보이거나 별이 안 돋으면 ‘책읽는 걸음길’을 느긋이 누리겠지. 둘레가 시끄럽거나 어지럽다면, 더더욱 ‘책읽는 걸음길’이 호젓할 테고. 언제 어디에서나, 몸을 움직일 때면 몸으로 둘레를 읽어. 몸을 눕혀서 쉬거나 자면 넋으로 꿈을 읽지. “안 읽는 때”란 없어. 늘 읽기에 삶이 있고, 늘 읽으면서 숨을 잇는단다. ‘걷는읽기’란, 걸으면서 몸마음을 고르게 기울이는 길이야. 네가 책을 쥐든 하늘을 보든 둘레에서 퍼지는 소리를 듣든, 모두 다르게 흐르는 이곳 이때를 읽지. 걷거나 움직이기에 “다른 일을 못하지” 않아. 걷거나 움직이거나 일하거나 노느라 “못 읽지”도 않아. 걷는 동안 발과 다리를 읽고, 길바닥과 마음을 읽어. 움직이는 동안 몸을 낱낱이 읽고, 손으로 잡거나 쥐는 온것을 읽어. 일하는 동안 이 일이 어떻게 흐르는지 읽고, 일하는 느낌을 읽어. 작은 풀꽃을 들여다볼 적에는 작은 풀꽃을 읽지. 길나무를 문득 쳐다볼 적에는 길나무를 읽어. 쏟아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본다면, 자동차물결을 멍하니 읽어. “다른 사람 구경”도 ‘읽기’야. “남이 뭘 하는지 구경”도 읽기야. 그저 ‘구경’은 겉훑기일 뿐이지. 속읽기를 하고 싶다면 ‘구경’을 끝내면 돼. 누가 뭘 하든 안 하든 쳐다봐야 하지 않아. 누가 뭐라 말하건 떠들건 들어야 하지 않아. 너는 네가 읽고서 익히며 이을 길에 마음을 쏟아야지. ‘걷는읽기’란 ‘걷는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 걷는 동안 꿈을 그려서 새롭게 마음에 담는 일이란다. 즐겁게 걸으면서 새롭게 읽고 그려 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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