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걱정씨 사랑씨 (2025.9.27.)
― 광주 〈소년의 서〉
저는 어릴적에 숱하게 다치고 앓고 드러눕고 오래도록 고단했습니다. 손등부터 어깨까지 죽 찢어진다든지, 귀가 찢어져 너덜너덜하다든지, 무릎과 어깨와 여기저기는 뼈가 보일 만큼 다치기 일쑤였는데, 한동안 앓고서 으레 말끔히 나았습니다. 길면 열두 달을 가기도 하지만, 오래 앓는 만큼 한결 튼튼히 일어서더군요.
아이가 다칠 적에는 어버이로서 가슴이 철렁합니다. 작게 다쳐도 크게 다쳐도 걱정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온누리 모든 아이는 걱정씨가 없이 태어납니다. 어버이가 곁에서 걱정하면 그제서야 “아, 이때에는 나도 걱정해야 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입니다. 어버이가 “그래, 그래, 푹 자고 쉬렴. 곧 낫는단다.” 하고 웃으면, 아이도 “응, 푹 자고 일어날게.” 하고 말하면서 시나브로 깨어나요.
아프거나 다치거나 앓는 아이를 곁에 두면서 걱정을 안 하거나 눈물을 안 보이기란 몹시 어려울 만합니다. 그리고, 아이 눈을 가만히 마주하면서 빙그레 웃고 오롯이 사랑이라는 빛을 주고받기란 아주 쉬울 만합니다. 아이를 걱정할 수 있되,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줄 알아차려야지 싶습니다. 아이는 늘 어버이를 일깨우는 하루를 살아내요. 아이는 언제나 어버이를 사랑으로 이끄는 길동무입니다.
저녁에 〈책읽는 ACC〉를 마치고서 〈소년의 서〉로 찾아갑니다. 하루를 묵는 길손집하고 가깝습니다. 오늘은 마침 《여사장의 탄생》을 쓴 김미선 님이 광주마실을 하며 이야기꽃을 편다고 합니다. 밤빛을 헤아리며 이야기를 듣는데, 이미 책에 다 쓴 대목을 굳이 너무 길게 되짚습니다. 혼자 줄거리를 길게 펴기보다는, 이 책을 읽은 이웃은 무엇이 궁금할는지 듣고서 대꾸하면 참으로 알찼을 텐데요.
적잖은 책집지기는 처음에 앳된 아가씨였고, 아이를 돌보는 아줌마가 되다가, 이웃 모든 아이를 품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저잣길에서 장사를 한 분도 으레 아가씨·아줌마·할머니입니다. 이 나라는 ‘여교사·남교사’처럼 금긋기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여사장·남사장’이 아닌 ‘살림지기’를 바라보아야지 싶어요. 그저 어깨동무하며 ‘아줌마·아저씨’에 ‘할매·할배’로 품으면서 나란히 헤아리는 이웃으로 설 만합니다.
능금씨를 심으니 능금나무가 자랍니다. 솔씨(부추씨)를 심어 솔이 자라니 솔꽃이 하얗습니다. 마음도 씨앗이니, 마음씨를 이 삶에 심어요. 생각도 씨앗이라 보금자리에 생각씨를 심지요. 서로 말씨와 글씨를 심으면서 꿈을 나눕니다. 함께 사랑씨를 심으면서 푸른별을 푸른숲으로 일굽니다. 같이 걸음씨를 심어요. 나란히 웃음씨와 눈물씨를 반짝반짝 별빛으로 심어요. 책씨와 이야기씨를 고이 심어요.
ㅍㄹㄴ
《여사장의 탄생》(김미선, 마음산책, 2025.3.5.)
《우울: 공적 감정》(앤 츠베트코비치/박미선·오수원 옮김, 마티, 2025.3.5.)
#AnnCvetkovich
《웰컴 투 갱년기》(이화정, 오도카니, 2025.2.10.)
《엄마의 얼굴》(로디 도일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서애경 옮김, 토토북, 2009.11.24.)
#HerMothersFace #RoddyDoyle #FreyaBlackwood
《연변으로 간 아이들》(김지연, 눈빛, 2000.2.29.)
《불가사의한 소년 9》(야마시타 카즈미/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5.8.31.)
#不思議な少年 #山下和美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 1》(아오하루 유키/정혜영 옮김, YNK MEDIA, 2019.2.15.)
《후다닥 한끼》(오카야 이즈미/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4.11.15.)
#すきまめし #オカヤイヅミ
《독·독·숲·숲 1》(세가와 노보루/박연지 옮김, 소미미디어, 2025.9.10.)
#どくどくもりもり #背川昇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