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63. 못하지만



  어느 분은 “잘하는 누구”를 보면 시샘한다고 하는데, 저는 “잘하는 누구”를 보더라도 아예 시샘이 없이 살았습니다. “잘하는 누구”는 그저 까마득했습니다. “잘하는 시늉으로 눈가림을 하는 누구”를 보면 혀를 찼습니다. “잘하는 척하며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는 누구”를 보면 가엾더군요. 예나 이제나 못하는 삶이자 살림인데, 앞으로는 “못하는 나”도 “잘하는 나”도 아닌 “스스로 하는 나”에다가 “하루를 새롭게 그리며 걸어가는 나”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못하느라 부딪히기에 고개숙여 밑바닥부터 다시 배웁니다. 못하느라 넘어지고 쓰러지기에 벌렁 자빠져서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서 다시 일어섭니다. 가만 보면, “잘하는 누구”는 “잘하는 매무새”를 지키려고 어마어마하게 힘을 쏟아요. “못하는 나”도 늘 힘을 쏟는데, 한꺼번에 몰아붓지 말자고, 찬찬히 쉬면서 하자고, 더 느긋이 달래면서 하자고 여깁니다. 뱁새가 한새를 따라가려 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텐데, 뱁새는 뱁새로서 이웃 박새나 딱새나 오목눈이나 제비나 참새처럼 작은몸으로 더 가볍게 하늘을 날며 노래할 만합니다. 어설프고 엉성한 줄 알기에 어설픈 대로 가다듬으며 노래합니다. 엉성한 대로 다시 가꾸고 새로 일구면서 땀흘립니다. 저는 “서울에서 잿집(아파트)을 거느릴 뜻”부터 없기도 하지만, “큰쇠(대형차) 아닌 작은쇠(소형차)조차 안 거느릴 뜻”이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조촐히 살림을 돌보면서 풀꽃나무를 품는 오늘을 모락모락 지피려고 합니다.


ㅍㄹㄴ


못하지만


한 마디 말도 더듬더듬

두어 줄 글은 삐뚤빼뚤

짧은 얘기도 허둥지둥

그야말로 못하지만


다짐한 일도 어영부영

좀 익숙해도 헐레벌떡

한참 지나도 어리둥절

아직까지 못하지만


툭하면 다시 넘어지고

어쩌다 돼도 부딪히고

모처럼 하면 가로막혀

한결같이 못하지만


그래도 더 해볼게

그러니까 또 할게

첫자리를 짚고서

새로 길을 나설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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