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마리 토끼전
이덕화 지음 / 천둥프레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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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30.

그림책시렁 1712


《일곱 마리 토끼전》

 이덕화

 천둥프레스

 2025.12.1.



  토끼는 나무를 타지 않습니다. 토끼는 엉덩이에 나무젓가락을 끼워서 우지끈 부러뜨리지 않습니다. 재미나 장난으로 이런 몸짓을 그릴 수 있겠습니다만, 토끼를 토끼가 아닌 사람처럼 그릴 적에는 으레 엇나갑니다. 《일곱 마리 토끼전》은 일곱별을 일곱토끼로 빗대어 풀어내는 줄거리에다가 ‘자라·바다임금·돈’을 나란히 얽습니다. 토끼가 속(간肝)을 떼어서 바다임금한테 주면 돈에 짝꿍에 집에 벼슬에 무엇이든 해준다는 달콤말을 곁들입니다. 멧숲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멧토끼를 후줄근하고 고달프며 지친 모습으로도 그리는데, 숲짐승이나 들짐승이 부스스하거나 꾀죄죄할 일은 없어요. 큰짐승한테 잡아먹히는 작은짐승은 잘 숨고 잘 달아나기는 하되, 털빛도 몸빛도 반드레하면서 곱습니다. 그러니까 온통 ‘서울에서 돈을 벌며 살아남느라 고단하고 힘겨워 죽겠다’고 하는 모습을 토끼한테 씌운 셈입니다. 나라가 온통 버겁고 흔들흔들하다는 뜻을 어린이한테 알리려는 마음일 텐데, 우리 옛이야기에 나오는 가난하고 힘겨운 사람들이 참으로 고된 나날이기는 합니다만, 다들 배를 곯더라도 눈이 밝아요. 억눌리거나 짓눌려도 착하고 참합니다. 이제 ‘전(傳)’은 끝내고 ‘이야기’를 찾을 때입니다. 살림이야기와 숲이야기와 마을이야기를 살피면서 뭍과 바다 모두 아늑하게 어울릴 ‘함께이야기’를 바라볼 때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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